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中 보유외환의 딜레마


요즘 중국에서는 3조달러를 웃도는 보유외환액의 운용전략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정성ㆍ수익성 강화를 위해 달러화 자산에 편중된 운용 방식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포트폴리오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비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터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자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개최한 한 포럼에서 인민은행 당국자들이 꺼내든 '외환보유액 소유권'발언이 이 같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인민은행 측은 중국에 들어오는 달러화를 정부가 거둬들이는 대신 인민폐를 나눠줬으니 보유외환액의 소유권은 인민에서 정부로 이전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보유외환액 운용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니 인민들이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주장에 일반 시민은 물론이거니와 학계나 금융계에서도 상식에 맞지 않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며 보유외환의 감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중국의 보유외환액은 농민공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며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1,83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방직 등 저임 노동력에 기반한 수출가공산업의 무역흑자분을 제외한다면 중국은 오히려 무역적자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샹란신 제네바 국제관계대학원 역사정치학과 교수는 "중국 당국의 보유외환액 방어논리는 경제 상식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중국 외환당국이 국제통화질서 개변 흐름에 눈 감고 안이하게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 위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면서 개혁 1순위 대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이 금 등 실물자산 비중을 늘려 달러화 붕괴 등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로 유명한 쑹홍빙 환구재경연구원장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무마하는 대가로 중국이 미 국채를 매입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 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중국 외환당국의 지속적인 달러화 자산 매입이 내부의 부패고리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국제 금융질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터에 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워줘야 하느냐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 2차 대전 이후 슈퍼파워로 부상한 미국은 1957년 영국을 상대로 파운드화에 대한 지지를 거두겠다고 압박함으로써 당시 영국이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 조치에 맞서 운하에 대한 무력 쟁탈을 하려던 것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슈퍼파워를 향해 가고 있는 중국이 어느 날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남중국해 영토 개입 문제 등을 놓고 미국의 국채 매각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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