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사정이 급속히 호전되면서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됐던 외화유동성 위기가 사실상 끝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원ㆍ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가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외평채 부도위험 프리미엄이나 가산금리ㆍ외환보유액 등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 당국자도 “현재로서는 외환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공급을 늘렸던 외화유동성 회수에 나섰다.
외화유동성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형 흑자이기는 하지만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경상수지 개선 추세가 계속되고 있고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와 함께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7월 말 현재 2,375억달러에서 연말에는 2,700억달러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유동성이 늘어나 외환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대외신인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외화유동성이 급격이 불어나면서 자산 버블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달러공급 확대에 따른 원화 강세다. 3월 1,500원대를 유지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1,22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나 조만간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경쟁국보다 선방할 수 있었던 데는 원화약세라는 환율효과가 컸다. 국내 대표기업들이 2ㆍ4분기에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지난해보다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지급결제 능력을 감안할 때 외화유동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으나 외화가 단기간에 급증한 데 따른 급격한 환율변동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단기간에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과 공기업 등의 외화채권발행 시기를 분산하고 단기 위주의 차입구조를 장기로 유도해 만기 불일치에 따른 시장왜곡을 해소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