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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자국 공무원과 국영기업 임원들에게 외국 은행계좌를 말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공직자들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하고 러시아 금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령에 따르면 러시아 공무원들은 7월1일까지 외국 은행 계좌를 모두 폐쇄하고 소득 및 자산 취득내역을 밝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령은 이 기간까지 외국 주식ㆍ증권 처분도 함께 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는 공무원과 함께 가스프롬ㆍ로스네프티 등 국영기업 고위경영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크렘린 행정실장은 "어떤 공무원이라 해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금지된 자산을 보유한 공무원이 적발될 경우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면직 처분할 방침이다.
FT는 이번 조치가 공직자 부패척결과 러시아 자금의 자국회귀를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옛소련 패망 이후인 1990년대부터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러시아에서 다수의 자산가 및 고위공무원들은 정치적 보복을 받아 해외로 도피하는 사태에 대비해 자산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탁해왔다.
최근 은행권 위기로 구제금융이 투입된 키프로스의 은행예금도 절반가량이 러시아 소유다. 이로 인해 러시아 내부에서는 키프로스 위기로 해외도피 자금이 돌아오면서 러시아 금융의 현대화를 앞당길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가 공직자 부패척결 및 금융 부문의 대외 취약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FT는 "러시아 엘리트들의 자산을 국영화하겠다는 의미지만 고위공무원들은 곧 이익을 사수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가족 명의로 된 기업체의 수입은 대상이 되지 않는 등 법령 자체의 맹점도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