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한국 IT, 하드웨어는 괜찮나


지난달 15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국내에도 '소프트웨어' 강조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검색 엔진 소프트웨어로 급성장한 구글이 휴대전화의 원조격인 모토로라를 인수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여기에 세계 1위 PC업체인 HP의 PC부문 분사발표(사실상 떼어내기), 글로벌 휴대폰 시장 1위인 노키아의 지속적인 몰락은 이 같은 바람을 부채질했다. 이곳저곳서 하드웨어만 잘하는 한국 IT의 위기론, 소프트웨어 홀대론 등이 이어졌다. 맞는 말이다. 소프트웨어가 약한 것은 사실이고 이를 시급히 키워야 하는 것 또한 당면 과제다. 中 저가폰·IT공룡들 잇단 공세 그럼 하드웨어는 괜찮을까. 일단 모바일, 그 중에서도 최근 우리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휴대폰 부문을 보자. 지난 2ㆍ4분기 국내업체들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3.1%로 국가별로 보았을 때 1위다. 휴대폰 전체로도 28.1%로 1위다. 자랑스러운 실적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같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이곳저곳의 도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업체들의 기세가 무섭다. ZTE는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이 올 1ㆍ4분기 4.3%에서 2분기 5.5%로 올랐다. 불과 1ㆍ4분기 만에 세계 점유율을 1.2%포인트 끌어올렸다. 화웨이(Huawei)는 같은 기간 2.6%에서 3.9%로 1.3%포인트 급등했다. 두 업체는 스마트폰에서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가격이 450~550달러 대인 반면 이들 중국업체들은 150~250달러이다. 그러나 이 가격 또한 조만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자체 브랜드 없이 휴대폰 단말기를 만드는 업체(화이트박스라고 불린다)들이 내년 중 100달러 이하의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요구수준을 맞추면서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하한선을 150달러 내외로 보고 있다. 그러나 화이트박스의 초저가 스마트폰이 출시된다면 이러한 하한선도 무의미하게 된다. 무한 가격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올 초 150달러 미만의 스마트폰 출시계획을 밝히면서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저가를 무기로 하는 이들의 물량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이미 우리 업체들의 최대과제가 됐다. 두 번째는 글로벌 IT공룡들의 움직임이다. 구글은 당초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특허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을 방어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특허가 필요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일단 한솥밥을 먹게 된 이상 구글이 모토로라를 특허만 활용하는 것으로 그친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이제 모토로라 휴대폰은 '구글폰'으로 해서 시장에 뿌려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이 어떠한 형태로든 모토로라 휴대폰 단말기를 지원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물론 당장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유료화한다든지 모토로라에만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든지 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시장등 설 땅 점점 좁아져 하지만 OS 업데이트를 하면서 모토로라에 어떠한 형태로든 우선권을 준다든지 레퍼런스 폰(시제품)을 모토로라에서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가능하다. 구글은 이 같은 방안들을 통해 모토로라 휴대폰의 부활을 꾀할 것이고 그것은 먼저 자신들의 안방인 북미시장에서 진행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럴 경우 북미시장을 최대 전략시장으로 노리고 공략하고 있는 우리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MS와 손잡고 권토중래를 노리는 노키아 역시 변수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윈도폰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위상이 급속히 약화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노키아는 여전히 세계 최대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다. 결국 최근의 흐름을 보면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모두 손을 잡은 모양새다. 애플은 이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하고 있고 구글+모토로라, MS+노키아가 그런 셈이다. 이들의 시너지가 본격화할 경우 휴대폰 단말기 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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