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공부합시다’
미국 기업 임직원들 사이에서 회계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회계부정으로 인한 기업 스캔들이 잇따르고 감독 당국의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회계 교육 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또 취업을 앞둔 학생들도 회계 공부에 열을 올린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경영학과 졸업생들의 취업 희망 우선순위에서 회계법인이 컨설팅회사나 투자은행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할 정도다.
90년대 이후 기업 회계업무가 자동화되고 경영전략, 마케팅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회계전문가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내부 감사부서를 제외하고는 기업회계를 잘 아는 임원이 적어지면서 회계부정 등에 대한 견제장치가 크게 약화됐다. 그러나 엔론ㆍ월드컴 등 초대형 회계비리 사건이 터진 후 이사회의 기업회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 사베인-옥슬리법이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회계와 관련이 없는 임원일지라도 기본적인 회계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대학의 로만 웨일 교수는 “임원진은 재무제표를 보고 무엇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계학을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기업 임원들이 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기업 임원들을 위한 회계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또 미국기업이사연합(NACD)은 2001년부터 기업 임원들을 위해 17일 과정의 회계교육 프로그램을 도입, 실시 중이다.
기업 임원들은 17일간이나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데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자는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적으로 강사를 초빙해 임직원들에 대한 회계교육을 강화하는 기업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기업들이 회계 지식을 갖춘 인재난에 시달리자 대학에서도 회계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CPA 자격을 취득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회계학 전공 자는 전체 대학생 가운데 6%로 2000년에 비해 4%포인트나 늘었다.
또 경영학과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회계법인에 대한 선호도도 크게 높아졌다. 데이비드 라이트 미시간대학 회계학과 교수는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해서는 회계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