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 기업인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진 지 3주일이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첫 거래부터 나스닥의 시스템이 오류를 빚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긴 것은 차라리 그 이후 찾아올 먹구름의 전조에 불과했다. 공모가인 38달러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의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26달러대로 주저 앉았으며 1,040억달러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625억달러로 쪼그라 들었다.
사상 최대의 실패작이 된 페이스북의 IPO는 전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 미국의 성장둔화 등 다른 악재들과 맞물려 일반 투자자들로 하여금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또 IPO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어 많은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흥청망청하던 실리콘 밸리에도 돈 가뭄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모든 것이 페이스북의 잘못된 IPO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페이스북은 동네북 신세가 되고 있다.
월가에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페이스북에 대해 주가가 바닥에 다다랐다며 투자의견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개미 투자자 몰아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증권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의 톰 직 최고경영자(CEO) 지난 7일 뉴욕에서 열린 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의 IPO가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를 통해 지난 4월 하루 평균 40만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5월에는 37만건으로 4% 줄었다. 당초 43만건 정도를 예상했던 데서 크게 빗나간 것.
직 CEO는 페이스북 사태를 지난 2010년 5월 순식간에 다우지수를 1,000포인트 이상 끌어내렸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에 비유했다. 이 사건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은 너무 위험한 곳이라는 공포심을 불러 일으켜 시장이탈을 촉발했었다. 페이스북의 실패도 비슷한 부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 직 CEO의 우려다.
페이스북 투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의 얘기가 언론들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고개를 흔들게 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이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한 때 44달러에 거래됐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IPO를 겨냥해 그 때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장외투자자들은 보호예수에 걸려 손실을 본 채 주식을 팔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공매도 1위 불명예= 상장 이후 페이스북의 주가가 크게 빠졌음에도 여전히 시장의 분위기는 더 추락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PO를 통해 시장에서 매매되고 있는 페이스북의 주식(shares outstanding) 가운데, 5.7%가 공매도 물량 중 아직 결제되지 않은 대주잔고(short interest)로 남아있다. 시가총액이 500억달러가 넘는 S&P 500기업 중 대주잔고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도 3%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페이스북에 대해 투자자들이 얼마나 비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로 페이스북은 아직 S&P 500기업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제프리 시카 시카 웰스 매니지먼턴의 최고투자책임자는 "기업가치 평가와 IPO 이전 페이스북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공매도 열기는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5년, 10년 뒤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헤지펀드인 아이언 파이어 캐피탈의 설립자인 에릭 잭슨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야후처럼 5~8년 사이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후는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고, 1만3,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이지만, 지난 2000년 기업 공개 때 받을 때보다 10분1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리콘 밸리도 돈 가뭄"= 실리콘밸리의 인큐베이터 업체인 아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래햄 최고경영자는 최근 벤처창업자들에게 "자금조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올해 최대어였던 페이스북의 IPO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투자자들이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데 깐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런 시기에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절대 흥청망청 쓰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의 말대로 페이스북 이후 미국 IPO시장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상장을 추진해온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의 IPO를 지켜본 후 상장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여행관련 사이트인 카약, 보석회사 그래프 다이아몬드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달 말 현재 미국 주식시장에서 73개 기업이 IPO를 통해 291억달러를 조달했는데, 이 가운데 페이스북이 절반이 넘는 160억 달러를 차지했다. 월가는 올해 IPO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