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 재정상태·신용등급등 싸고 재경부-무디스 대립각

번 무디스 부사장 "한국 재정상태 취약"<br>진동수 재경부 정책관 "한국 재정상황 건전"

‘한국의 재정상태가 취약하고 신용등급이 적절하다고?’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우리 정부가 ‘A3’ 상태인 한국의 신용등급과 경제체질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서울을 방문한 토머스 번 무디스 부사장은 12일 “현재 무디스가 한국에 부여하고 있는 신용등급은 ‘적절(appropriate)’하다”며 현 등급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무디스는 한국 장기외화표시채권 신용등급을 ‘A3’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매기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해 6월 북핵 문제 개선조짐을 이유로 국가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했었다. 무디스는 우리의 등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뜻임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 취약한 한국의 재정상태를 들었다. 번 부사장은 “한국의 대외채무 상황을 고려할 때 재정상태는 건전한 수준이 아니다”며 “재정 문제가 개선되면 등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의 이 같은 지적에 소관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발끈했다. 진동수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평가기관이 등급을 매기는 데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겠지만 재정 문제를 따진다면 한국만큼 재정이 건전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지난 2002년 말 현재 22.4%로 73%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보다 훨씬 낮다.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리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인 남북 대치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는 할 말이 많다. 진 정책관은 “2월과 3월 무디스 측과 만났을 때도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며 “우리나라가 북한과 대치 중이지만 늘 전쟁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보다 등급이 낮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디스는 대만의 경우 Aa3, 이스라엘은 A2 등 우리보다 1~2단계 높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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