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9일] 베카계곡 공중전


1982년 6월9일, 레바논 북동부 베카계곡 상공. 수십 대씩 편대를 이룬 시리아와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맞붙었다. 사흘간 이어진 공중전의 결과는 86대1. 놀라운 점은 또 있었다. 이스라엘이 상실한 정찰형 RF-4E 팬텀 전폭기 한 대도 지상의 대공사격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각국의 공군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시리아 조종사는 장님이었다는 말인가.’ 이스라엘이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 무엇보다 시리아군의 대공미사일이 즐비한 적지에서 싸우면서도 대공사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 개전 초 무인정찰기와 팬텀전폭기를 동원해 미사일과 레이더 기지 19곳을 파괴한 덕이다. 둘째는 공중경보기(AWACS)의 존재. 미국제 E-2C공중경보기는 반경 400㎞의 비행체 130개를 추적 감시하며 전투기 편대에 적의 접근을 미리 알려줬다. 시리아 조종사들은 사실상 장님 상태에서 싸운 셈이다. 세번째는 장비와 기량의 차이. 이스라엘은 미국제 최신 기종인 F-15, F-16과 프랑스의 미라주 5를 불법 복제한 자국산 크필전투기로 무장한 반면 시리아는 소련제 미그 23, 25같은 최신예기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미그 21이 주력이었다. 공대공 미사일의 성능도 차이가 분명했고 조종사들의 훈련비행 시간도 이스라엘이 훨씬 많았다. 전자정보 취득과 활용능력이 승부를 가른 최초의 전투인 베카 공중전의 진짜 승인은 돈. 전세계 유대인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무인기며 공중경보기, 최신예기와 훈련은 불가능했다. 한국의 공중경보기 도입이 수 차례 지연된 것도 돈 때문이다. 투키디데스가 2,400여년 전에 지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축적된 자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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