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기계발의 문화적 에토스

2차 구조조정의 한파에 모두들 떨고 있다는 음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변화에 대처하는 혁신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단순한 기계적인 감원에 불과할 뿐이라는 항의도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이 나라 경제가 회생하려면 구조조정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회적인 체념은 이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는 말에 뒤이어 삼팔선이니 하는 시쳇말이 세상에 회자되는 것도 그런 심란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감당하는 문화적 전략은 더욱 우리를 심란하게 만든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 가장 나쁜 문화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듯 하다. 우리 시대의 문화적 에토스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나 자신의 무한책임”이라는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알다시피 지난 십여년 간 한국 사회를 휩쓸고 다닌 신종 문화현상 혹은 사회적 태도는 “자기계발”일 것이다. `설득의 기술`, `대화의 기술` 운운의 자조지침서 형의 매뉴얼을 위시해 마케팅 분야의 수퍼스타인 스티븐 코비같은 이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같은 책이 성공을 거두었다. 세상은 온통 자기를 혁신하고, 자신 안에 잠자고 있는 창의성을 발굴하라는 요구로 넘쳐나고 있다. 이는 대중문화에서 `쿨`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짝을 이룬다. `쿨` 역시 새로운 개인주의적 에토스의 유행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한번 튀어보고 떠보려는 발버둥에 불과한 속물스런 욕망으로 쿨을 재단하는 것은 별로 정확하지 않다. 쿨한 사람의 욕망은 튀어보려는 목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튈 수 있도록 자신을 가꾸려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계발의 평생학습과 지속적인 자기혁신과 쿨해지려는 사람의 끊임없는 노력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당신이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사회가 곧 행복한 사회인지는 따져볼 물음이다. 행복은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해묵은 상식을 다시 꺼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자유를 책임지고 결정한다. 그러나 그 자유를 결정하는 사회가 모호해질 때 그 자유는 위험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서동진(문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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