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화기기(CD나 ATM)의 보유 대수가 적은 금융사에서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사용 수수료가 더 높아지는 수수료 차등화 논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에 대한 협상이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ATM 이용 수수료 면제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금융권 고객들은 각 은행이 정해놓은 수수료에 따라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과 2금융권 간 현금자동화기기 수수료 차등화 협상이 한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당장 올해 말로 증권사와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수수료 면제 기간이 종료될 예정이지만 양측 간 견해 차이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결제원은 각 기관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증권사의 불참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금융결제원은 관련 회의를 다시 열기로 하고 증권사 등에 참여를 요청을 했으나 증권사들은 "들러리로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회의 불참을 통보했다. 은행권과 증권사의 '대립각'은 CD공동망을 이용하는 금융사 가운데 ATM이 일정 규모를 미달할 경우 '페널티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은행권의 방침에서 비롯됐다. 현재 금융권 자동화기기는 7개 시중은행 기준 3만1,000대지만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는 500여대에 불과하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ATM의 적정 개수를 2,000여대로 보고 2,000여대를 넘지 못할 경우 페널티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급결제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급결제망 참가비로 4,000억원을 냈음에도 금융결제원의 의사결정시스템에 의결권을 갖지 못해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금융결제원의 이사회는 금융결제원과 8개 회원 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이 관계자는 "특히 CD망 이용료의 중복계산 여부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CD망 수수료 차등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증권업계의 주장에 대해 은행권은 '무임승차'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아울러 금융결제원에도 불만을 나타내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의 주장은 ATM 이용 및 유지비용을 모두 은행에 떠넘기고 무임승차하려는 것과 같다"며 "회의를 주재해야 할 금융결제원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고객들의 혼란과 불만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하루 속히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