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90년 칠레를 철권통치했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미국내 비밀계좌로 도덕성 차원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칠레 법원은 20일 미국 은행에 800만달러의 비밀계좌를 갖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피노체트에 대한 조사를 담당할 금융사건전문판사를 임명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 항소법원은 이날 미국 금융기관 리그스뱅크가 피노체트의 6개 비밀계좌를 관리했다는 미국 상원보고서에 대해 칠레 사법부가 직접 나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인권 변호사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이미 칠레 국가재산의 법적 보호를 책임진 독립검찰기관 칠레 국가보호위원회도 피노체트의 리그스뱅크 비밀계좌 예금출처를 조사할 특별검사팀을 구성했다.
집권기간 반(反)인권범죄로 비난을 받고 있는 피노체트는 상대적으로 부패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거리로 자주 내세우곤 했다. 그러나 1973년 정권 장악 이전 조그만 주택과 자동차만을 소유했던 피노체트는 지금은 해변 관광지대 아파트와 산티아고 고급주택가의 여러 주택을 포함해 11채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