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북한 이탈 주민은 통일 위한 자산


국내 북한 이탈 주민은 2만7,000명을 넘어 곧 3만명 시대를 맞게 된다. 북한 주민의 탈출과 국내 입국은 분단 이후 계속됐지만 지난 1990년까지 누적 입국자는 600여명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극심한 식량난과 고난의 행군으로 대규모 탈북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입국자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북 탈출 주민 3만명 시대


1999년 연간 입국자 100명을 넘은 지 불과 3년 만인 2002년 연간 1,000명을 넘어섰고 2006년에는 2,000명을 돌파했다.

정부는 냉전시기 입국자는 남북체제 대결의 중요한 선전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국가유공자 이상으로 대우했다. 그러나 남북체제 대결의 의미가 상실된 1990년대 이후는 사회복지 차원의 지원 대상으로 성격을 규정하며 지원수준을 현저히 낮췄다.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민간의 관심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이탈 주민의 부적응 사례가 다수 알려지고 이들의 탈남 현상과 심지어 재입북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이들을 중요한 통일 대비 인력으로 인식해 통일준비 차원에서 지원수준을 상향 조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이 체계화되고 민간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강화됐지만 이들의 자립자활과 원활한 적응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북한 이탈 주민은 가족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의 터전을 두고 새로운 꿈을 찾아 남한으로 왔지만 북한 학력과 경력이 대부분 한국사회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경험을 하면 절망감을 갖게 된다. 남북한의 이질화가 심화됐고 사회발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북한에서의 삶의 경험은 한국사회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고학력자와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좌절감과 상실감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북한 이탈 주민의 실업률은 남한 일반인의 3배 이상이며 평균 소득은 절반 이하 수준이다. 자영업자의 비율은 미미하고 직장을 가졌어도 대부분 임시직·일용직이기 때문에 고용안정성이 낮다. 더구나 남한 주민들의 인식도 우호적·포용적이기보다 비판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으며 차별과 편견·배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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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탈 주민은 통일을 준비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다. 현재의 남과 북을 동시에 경험한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일준비와 통일 이후 남북 사회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견인차가 될 수 있다.

또 현재 북한 이탈 주민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거나 전화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이 전달하는 남한사회의 소식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들을 '남북한 메신저'와 북한 주민에 대한 '남한문화 전도사'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한문화 전도사로 육성해야

북한 이탈 주민의 다수는 중국과 국경을 접한 함경도·양강도 출신인데 이들 지역의 장마당은 남쪽에서 북한 이탈 주민이 송금을 중단하면 시장 구매력이 급격히 낮아질 만큼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의 경제사정이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에 머물고 차별과 편견에 가슴앓이를 하면서 높은 자살률과 재탈북 사례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다면 한국사회의 통일준비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3만명도 안 되는 북한 이탈 주민의 정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국사회가 통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통일준비는 우리 곁에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 남북한 구성원 모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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