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나친 시청률 경쟁이 '막장' 부른다

[방송 품격 키우자] (상)<br>작년 프로그램 제재 두배 늘어<br>불평·항의속 시청률 높아 '고민'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2월 31일 38.9%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KBS2의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한 장면.


"야이 빵꾸똥꾸야!" 일산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5살짜리 딸이 길을 가다 지나가는 어른에게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맞벌이를 하는 김씨는 혼자서 TV를 보는 시간이 많은 딸이 방송 유행어를 따라 하는 말에 황당할 때가 많다. 김씨는 딸이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무분별하게 불쑥 내뱉어 걱정이 깊어졌다.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등장인물 해리의 유행어인'빵구똥구'는 빗발치는 민원으로 심의를 거쳐 지난해 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권고조치를 받은바 있다. ◇토크쇼는 막말 드라마는 막장=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콘텐츠의 국경 파괴 등으로 방송 프로그램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일부 프로그램들이 선정성과 자극성의 위험 경계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로 사담(私談)화하는 토크쇼는 출연자들끼리 사생활을 폭로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태연하게 하고, 일부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극한을 모르는 복수, 우연하게 꼬이는 비현실적인 인간관계 등 자극적으로 상황을 설정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TV를 함께 보기가 낯뜨거운 게 현실이다. 방통심의위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제제 건수는 389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두배가 넘는다. ◇방송 프로그램 왜 막가나 = 방송사가 '막장'과 '막말'코드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시청자 게시판이 항의와 불평으로 가득하지만 시청률은 항상 상위권에 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KBS2의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가 꼽힌다. 친족간의 결혼, 고부간의 갈등, 유부남의 불륜, 사기결혼 등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제대로 따르고 있다.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에는 38.9% 시청률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3월 셋째주에는 시청률 36.0%(AGB닐슨 미디어리서치 기준)로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막말ㆍ막장 방송은 방송사의 매출과도 관계가 깊다. 프로그램이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면 회사로부터 눈총을 받아 조기 종영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그램 제작자는 시청률에 집착할 수 밖에 업게 된다. 영국의 경우 공영방송 BBC는 시청률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다큐멘터리와 토론 방송 등을 전면에 배치하는 대신, 케이블 TV 등 유료방송은 오락 프로그램을 소개해 방송환경의 상호 균형을 맞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 TV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제작진은 모험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자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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