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 사업자가 탄생한 경인 지역 민영 지상파 방송은 방송계에서는 ‘제2의 SBS’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정부가 허가해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지상파 TV 방송사였고 인천ㆍ경기 전역의 1,300만명 시청자와 서울 지역의 케이블TV를 통한 재송신 시청자 1,000만명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사업자로 선정된 경인TV에 CBS가 참여해 종교적 편향성이 우려되고 과거 경인방송(iTV)의 파행 전력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새 경인민방이 갈 길에 마냥 장밋빛만 펼쳐진 것만은 아니다.
◇1년5개월의 험난한 여정=지난 97년 문을 연 iTV는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경기 중계 등으로 위상을 높였으나 방송권역 제한 등에 따른 재정난과 노사갈등 등 파행을 겪은 끝에 지난 2004년 12월 방송을 중단했다.
방송위는 뒤늦게 지난해 11월 새로운 사업자 공모에 착수했으나 올해 1월 심사결과 신청한 5개 컨소시엄 모두 기준점수를 넘지 못해 공모가 무산됐다. 이후 영안모자ㆍCBS 등이 주축이 된 경인TV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주도한 경인열린방송 등 2개 컨소시엄만이 재도전했고 마침내 방송 중단 1년5개월 만에 경인TV가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종교갈등 등 우려 남아=눈길을 끄는 것은 주요주주로 CBS가 참여한 것. 지역 지상파 TV 방송에 종교적 법인이 활동하는 것에 대해 천주교ㆍ불교 등 다른 종교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새 사업자로 선정된 경인TV 컨소시엄에 종교(기독교)적 편향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공정성 이행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방송위 측은 “종교적 색채가 지상파 방송에 나타나서는 곤란한 만큼 구체적인 각서를 받고 이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러 제재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iTV 종사자들의 고용승계 문제에 대해 경인TV 측은 일단 “iTV 인력 대부분을 채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성유보 방송위 상임위원도 이에 대해 “경인TV가 방송경험과 옛 iTV의 실직 부분 등을 감안해 250명의 인력을 고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 1대주주 영안모자는
28일 경인 민방의 새 사업자가 된 경인TV 컨소시엄의 1대주주 영안모자는 연간 1억개의 모자를 생산하며 전세계 모자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탄탄한 중견기업. 지난 59년 창업한 후 15개국 44개 법인을 세웠으며 99년에는 세계 매출 2억달러를 돌파한 기록도 세운 바 있다.
모자생산이 주사업이지만 사업다각화를 위해 2003년 대우버스와 미국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계열사까지 모두 합치면 전체 매출은 지난해 기준 1조1,000억원이고 자산만도 7,194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