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부동산 시장 침체기 땅 장기투자가 대안

집값 떨어져도 개발호재 지역 땅값은 계속 올라<br>■ 부동산 침체기 투자 대안은 토지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하남미사 보금자리지구 개발 호재로 가파른 땅값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하남시 일대 전경. 서울경제DB




올 땅값 서울 4%·수도권 3.7% 올라
수도권은 하남등보금자리 지역
지방은 세종시·혁신도시 주목할만

위험 줄이려면 LH 등 용지도 관심을



경남 김해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 중인 A(63)씨는 지난 2004년 주촌면의 공장용 부지 1,650㎡를 5억원에 매입했다. 최근 다른 투자를 위해 땅의 매매를 알아본 A씨는 8년 사이 2.5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근부동산에 따르면 그 동안 창고 등으로 사용해 온 이 땅은 급매로도 10억원은 족히 받을 수 있고, 높게는 12억 5,000만원까지 거래가격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A씨는 "8년 동안 2배 정도 상승한 것은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땅을 놀린 것이아닌데다 양도차익까지 얻었으니 요즘 같은 시기에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침체 장기화로 부동산 상품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등을 구입하더라도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고, 재개발ㆍ뉴타운 지분투자도 계획단계에서 착공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점 등이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지분가가 하락하는 현상까지 발생하자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처가 아니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동산투자 1순위는 집이 아니라'땅'이며,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한동안 불었던 부동산 광풍으로 인해 깨져버렸던 '장기 투자'라는 기본원칙을 전제할 경우 여전히 부동산투자는 매력이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 공시지가는 전국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2010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속출하는 과정에서도 지가 자체는 3~4%이상의 꾸준한 상승을 이어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소 5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생각할 경우 토지에 대한 투자는 큰 돈을 벌 수는 없을 지 몰라도 안정적인 투자처는 될 수 있다"며 "적어도 마이너스로 가지 않는 토지가 가장 안정적인 대안이다"고 설명했다.

#1. 지난해 경남 거제지역의 공시지가(표준지) 상승률은 14.56%에 달했다. 지난 2010년 개통된 거가대교를 비롯해 아주지구 도시개발사업, 거제ㆍ해양휴양특수사업 등 잇따른 호재가 지가 상승을 이끈 힘이다.

#2. 강원도 평창은 3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지난해만 12.74%의 지가가 상승했다. 이 지역은 올림픽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그린바이오 첨단 연구단지 조성 등의 개발사업이 가격 상승에 부채질을 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4~5년여간 부동산투자 위축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주택가격 하락과 함께 위기를 초래했듯이, 국내에서도 주택가격 하락이 우려되면서 부동산은 재테크 수단에서 제외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 아파트 미분양물량이 적체되는 상황에서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토지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집값 떨어져도 땅값은 올랐다= 국토해양부의 2012년 공시지가 산정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전국 집값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서울(-2.2%)과 수도권(-1.3%)만이 마이너스 1%이상의 하락률을 보였을 뿐 지방대도시는 1% 미만의 하락률에 그쳤다.

부동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계속된 올해 역시 지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 서울은 4%, 수도권은 3.7% 등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닥터아파트의 안소형 팀장은 "주택가격이 하락해도 새롭게 개발되는 하남시 등 보금자리주택 등지의 토지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지가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개발사업이 지속됨에 따라 가격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은 보금자리, 지방은 세종시ㆍ혁신도시 주목= 수도권의 경우 하남 등 보금자리택지지구 인근이 땅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또 지방의 경우 교통망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는 원주ㆍ강릉권, 세종시ㆍ혁신도시의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공시지가만 9% 상승한 하남시 일대는 개별적으로 한해 동안 20% 가까이 땅값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남시 창우동의 L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보금자리주택의 보상금이 풀리면서 현지인과 외지인의 거래가 많았다"며 "평균적으로 3.3㎡당 500만원 정도하던 토지가가 600만원대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한층 강화되면서 강원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원주의 지가도 들썩이고 있다. 공시지가는 5%상승에 그쳤지만 서원주역사부근와 원주무실혁신도시 인근에는 30%가까이 올랐다는 게 현지 부동산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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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관설동 S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3.3㎡당 30~40만원선이던 이 일대 땅들이 최근에는 50~60만원 선까지 호가가 치솟았다"며 "최근에는 가격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 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부처 이전으로 지방 땅값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세종시의 경우 올해도 20%가까이 가격이 오른 상태다.

세종시 한솔동 B공인 관계자는 "세종시 일대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은 지난해 평당 200만원선이었지만 최근에는 240만원선까지 치고 올라왔다"며 "소액투자자 등이 몰리면서 계획관리구역을 제외한 땅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리스크 줄이려면 LHㆍSH공사 용지에 관심가질만= 토지 매입은 개인대 개인간의 계약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안전한 투자처로 지자체 산하 공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공급하는 토지도 지켜볼 만 하다. 필지별 가격이 높긴 하지만 인허가 등의 리스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시 SH공사는 송파구 문정지구와 은평뉴타운, 강서구 마곡지구 등의 용지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미 뉴타운 개발이 대부분 완료된 은평뉴타운에서는 일반상업 및 편의시설 용지 등 21필지가 분양 중이며, 강남권인 송파구 마천동에서도 8필지가 분양 중이다.

송파구 문정 비즈니스 파크일대에서는 업무용지ㆍ주차장용지 등 29필지가 나올 예정이다. 이밖에 서울시내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인 강서구 마곡지구에도 분양계획이 마련되고 있다. LH 역시 다양한 지방물량을 내놓고 있다. 최근 경기ㆍ부산ㆍ대구 등 전국 각 지역본부별로 비축토지 208필지 1,733억여원어치를 선착순 수의계약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4건, 충남권이 33건, 호남권 55건, 영남권 7건, 기타지역 14건 등이다.

LH에 따르면 이번 분양에는 1,500㎡ 안팎의 소규모 용지도 대거 포함돼 있다.






개발계획 확인·현장 답사는 필수

■ 토지 투자 유의할 점
공시지가보다 2배이상 높을땐 신중을

진영태기자

토지투자는 수도권보다는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거나 초기단계에 있는 지방에서 많이 이뤄진다. 이런 탓에 잘 모르는 중개업소 관계자나 기획부동산에 속을 염려가 크다.

이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은 농지나 임야, 또는 개발이 어려운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의 땅이 곧 개발될 것처럼 속여 수십 배의 이익이 생길 것으로 유혹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지역이 개발되는 정부정책이 발표되더라도 실제 개발에 이르기까지는 5~10년 가까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울러 개발계획이 발표될 경우 토지매매에 각종 규제가 생겨 거래가 쉽지 않아 단기간에 큰 폭의 차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투자금을 장기간 투입할 수 없다면 해당토지에 대한 정부정책을 다방면으로 확인하고, 실제 인근 부동산을 돌아보며 진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지목을 확인한 뒤, 공시지가를 최근 연도별로 확인하고 가치상승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지역별로 50~75%선으로 차이가 있는 만큼 공시지가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경우 매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 매입할 경우에는 토지실거래가 내역을 확인하고 인근지역 시세를 한 번 더 체크해야 한다. 지난해 토지투자가 몰렸던 강원도 일대에도 공시지가는 실거래가 대비 평균 49% 수준에 달했다. 공시지가 2배 이상의 가격이 형성될 경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아울러 토지투자 성공의 관건은 도로의 인접여부에 달려있다. 땅은 도로를 따라 움직인다는 말처럼 도로여건과 교통이 좋아지는 곳은 정부의 개발정책과 더불어 점점 가치가 상승하는 곳이다. 다만 가격이 상승하고 개발예정지역에 편입되면 지가 급등에 대한 우려로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도 시점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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