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남중국해 불안정 초래" 중국 "핵심이익 존중을" 날선 공방

미·중 '전략경제대화' 첫날


남중국해
美 "인공섬 건설, 분쟁 촉발" 비난… 中 "양국 대결은 공멸 게임" 경고

사이버 해킹
美 "국가 등업고 기밀 절취" 우려… 中 "열린자세 해결" 맞대응 자제


9월 정상회담 앞두고 성과 필요… 양측 '판' 깨지 않으려는 기색도


남중국해 문제와 사이버해킹을 둘러싼 주요2개국(G2) 간 힘겨루기가 글로벌 패권의 향방과 긴장완화 여부를 좌우할 양대 시험대로 등장했다. 미국은 '아시아 중심축(pivot to Asia)'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 저지에 사활을 거는 반면 중국은 '핵심이익'을 내세워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또 미국은 사이버해킹을 중국과 기술격차를 벌리고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 제7차 전략경제대화(S&ED) 첫날 양국은 정면대결은 자제하면서도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포문은 주로 미국이 열었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겨냥해 "주요 무역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의 바다는 개방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며 "외교가 아닌 협박과 위협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국가는 불안정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은 태평양 지역의 권력이며 앞으로도 남을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인공섬 건설은 주변 국가와이 분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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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류옌둥 부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전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친서'에서 "중미 간 신형 대국관계를 건설하는 게 중국 외교정책의 우선적 방향"이라며 "양국이 더 큰 곳을 주의해 보면서 상대방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전략적 오해와 오판을 피할 수 있고 갈등을 통제할 수 있으며 공동이익을 수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그는 "양국 간 대결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전 세계에 악영향을 주는 '네거티브섬(상호공멸)' 게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핵심이익은 대외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주권적 이익을 뜻한다.

이번 7차 대화에서는 사이버해킹도 뜨거운 이슈였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미 기업들이 사이버공격의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국가가 후원하는 산업기밀 사이버 절취행위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을 겨냥했다. 바이든 부통령도 "사이버 절취행위를 경제적 무기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단기적 이득을 보고자 미래 이득을 희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정부는 올 4월 미국 전현직 연방공무원 400만명의 정보 해킹 사건, 올 5월 기소된 중국인의 실리콘밸리 첨단기술 유출 등 최근 빈발하고 있는 사이버해킹과 산업스파이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맹추격을 뿌리치려면 첨단기술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과거 환율ㆍ무역에 집중됐던 양국 간 경제 갈등이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중국은 해킹 문제에 대해서는 맞대응을 자제하며 예봉을 피해갔다. 양 국무위원은 "사이버 문제를 미국 등 다른 나라들과 열린 자세로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양국은 남중국해와 사이버 해킹을 둘러싼 공방에도 '판'을 깨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올 9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입장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 이란 핵협상과 북한 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사태 지원, 글로벌 경제 부양 등에서도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등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설명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 편입, 교착 상태인 양자투자협정(BIT)도 논의되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양국 관계는 중요하고 양측은 물론 세계가 상호적인 성공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도 "양국은 대결과 충돌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며 "비록 기대 수준이 낮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대결보다는 대화가 낫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남중국해와 사이버해킹 문제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협상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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