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 12월12일에 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 위법 판결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전통시장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삼은 인천 신기시장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요즘 주말이면 신기시장에는 2만명이 넘는 내·외국인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특히 시장 입구에 외국인 관광객 전용버스의 행렬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는 소식이다. 이곳에 가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길거리 음식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덕분에 신기시장의 매출은 지난해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는 대부분의 전통시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적대던 신기시장은 2000년 들어 주변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위기를 맞았다. 환경개선 공사를 하고 이벤트·할인행사로 명성을 되찾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힘들었던 신기시장에 고객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 환경만 핑계 대지 않고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살길을 찾은 것이다.
상인들은 대형마트를 무작정 따라 하는 대신 전통시장의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를 본뜬 전통시장 상품권인 '신기통보'를 유통시키고 이것저것 끼워주는 '덤' 문화를 관광상품화한 것이 그 결과물이다.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보려는 외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해 만두 한 개, 전 반 접시 등 맞춤형 먹거리 상품까지 개발했다. 이렇게 노력했으니 인천공항의 환승투어 코스에 포함되고 외국인 관광객의 단골 여행지로 탈바꿈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만하다. 전통시장만의 장점을 살리면서 스토리·콘텐츠를 더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신기시장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