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외 원조는 국가경쟁력] <상> 국익이 우선이다

"인도주의보다 경제논리가 좌우"<br>석유 寶庫인니 '쓰나미'당하자 지원 줄이어<br>자원빈국 파키스탄 지진땐 원조국회의도 없어<br>"원조는 수출의 발판" 新경제질서 갈수록 확산



지난해 말 지진해일(쓰나미)이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국제원조 규모는 사상 최대였다. 자원부국인 인도네시아의 지진해일 피해에는 세계 23개국이 원조를 잇따라 발표했고 UN 주제로 원조국회의까지 열렸다. 심지어 원조 수혜국인 북한도 인도네시아에 15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 규모는 세계 23개국에서 총 35억달러 규모에 달했다. 이에 비해 지난 10월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파키스탄에는 3개월이 지나도록 미국이 5억달러 규모의 원조를 약속한 것이 전부였고 원조국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석유를 비롯해 자원보고인 반면에 파키스탄은 자원빈국이었기에 원조규모가 달랐다는 것이 국제원조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선진국들이 인도주의를 앞세워 제공하는 대외원조가 국익추구 수단으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선진국들의 국제원조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91년부터 국제원조에서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는 국제원조에서 국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70%를 넘는 경제구조 속에서 우리나라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자원부국에 대한 원조프로젝트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ㆍ일본ㆍ프랑스 등 국제원조 규모 3대국의 경우 원조 대상국은 자원이 많은 개발도상국과 국가안보에 필요한 나라에 집중되고 있다. 전세계 국제원조의 22%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국제원조 목표는 ▦개발도상국의 시장경제 구축 및 ▦미국의 무역환경 개선으로 압축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무역환경 개선이다. 국제원조가 개발도상국의 사회간접자본 확충 및 제조공장 건설에 집중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국제원조는 선진국의 플랜트 및 상품수출에 직결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국제원조 2위국인 일본은 자국의 무역ㆍ투자를 위한 잠재적 시장에 원조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3위인 프랑스는 98년 국제원조 체제를 전면 개편, 국제원조를 국익에 직결시킨 법률안을 세계 처음으로 만들었다. 프랑스는 국제원조의 제공목적에 따라 우선연대국가군(ZSPㆍPriority Zone of Solidarity)과 경제파트너국가군(ZPEㆍEconomic Partnership Zone)으로 구분하고 유ㆍ무상 원조국 기준을 마련했다. 무상원조를 국제원조의 기본으로 삼았던 프랑스가 이같이 구분한 것은 원조가 곧 수출과 직결되는 세계경제 질서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길병옥 충남대 교수는 “해외원조는 원조 공여국의 세계 경영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공여국이 수혜국에 대해 경제적 개입을 할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91년 6,000만달러의 해외 유상원조를 시작한 후 지난해 4억달러 규모의 유ㆍ무상 원조를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수출시장 개척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원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국제원조는 재정경제부가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유상원조를 총괄하고 있으며 외교통상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무상원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시민단체들이 무상원조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원조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원조 형태도 철저하게 신시장 개척을 위한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섭 한국수출입은행 경제협력실장은 “중국은 최대 원조 수혜국이자 원조 공여국이기도 하다”며 “차관도입으로 경제개발을 진행 중인 중국이 동남아시아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중화주의를 아시아권에서부터 확대시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길 교수는 “국제원조가 순수 인도주의 차원이라면 아프리카 및 아시아 일부 최빈국에 집중돼야 하지만 현실은 중국ㆍ인도 등에 집중되고 있다”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원조에 대한 세밀한 검토를 통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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