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회복 지연·성장잠재력 약화 우려

■ 소비자 체감경기 7개월만에 하락이번 소비자전망조사 결과는 수출ㆍ생산ㆍ투자 등 실물경기의 부진이 소비자 체감경기까지 악화시켰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실물경기의 뒷받침 없이는 체감경기의 호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소비심리 악화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내수 회복에 찬물을 끼얹어 결국은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이 34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등 유례없는 침체행진을 하는 상황에 내수마저 꺼진다면 성장률이 바닥을 헤매는 일본식의 장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3ㆍ4분기 재정을 대폭 확대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집중시킬 방침인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내수가 계속 둔화될 것인지 아니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은 강력한 내수 진작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기업ㆍ소비자 체감경기 모두 악화 8월 들어 기업과 소비자의 체감경기가 모두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다. 전경련(기업경기실사지수ㆍBSI), 삼성경제연구소(소비자태도지수), 통계청(소비자전망조사) 등 모든 기관의 체감경기 결과가 8월 들어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는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수출 등 실물경기 악화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영과 재경부 종합정책과장은 "지난달에 수출이 34년 만에 가장 나빠지는 등 실물경기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체감경기가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감경기 악화는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수출의 감소로 인한 충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상황에 내수의 위축은 경제성장률을 더욱 낮추는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소비심리 악화가 바로 내수 악화로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아직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에 대한 확실한 가능성만 제시되면 설비투자 등 실물경기에도 자연스럽게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이 같은 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재고조정이 늦어지면서 반도체ㆍ컴퓨터 등 우리 주력 수출품이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4ㆍ4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경기도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며 "오는 9월 초 전반적인 경제정책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경기진작책 강화 필요 경기 악화를 바라볼 수만 없는 상황에서 관건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쓰느냐가 경기의 급락을 막을 수 있느냐의 중요한 변수다. 물론 현상황은 정부 정책수단이 여러 제약요인 때문에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장 5조555억원의 추가경정예산도 한나라당의 반대로 인해 국회에서 통과조차 되지 못하고 묶여있다. 금리정책보다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정책이 정쟁싸움으로 표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콜금리를 2차례에 걸쳐 인하했지만 금융시스템은 아직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그 효과도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재경부ㆍ한국개발연구원 등 일부에서는 지금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써서 확실한 부양책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즉 추가경정예산의 규모를 더욱 늘리거나 콜금리 0.5% 인하 등 강력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아 실행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정부의 지적이다. 전용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