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대담: 황인선 정치부장 his@sed.co.kr<br>"현대車 수사 경제안정 여론 감안을"<br>일자리 양극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해법 시작<br>단체장 몇명 더내는것보다 깨끗한 선거 더 중요<br>한·미FTA 지금은 최선의 협상전략에 힘모을때


“사회 전 분야의 투명화에 발맞춰 기업경영에도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고, 즉 과거 불투명했던 관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게 기업에도 이익이고 국가에 기여하는 겁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구속 등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같이 밝히며 “(사회가 발전해가는) 과도기적 진통으로 이해합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이뤄져야지만 국민이 갖고 있는 경제에 대한 안정희구 심리도 잘 감안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5ㆍ31 지방선거에 대해 “특정정당의 독점구조를 해체하고 균점구조를 수립하는 선거”라며 “10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의 22%가 사법처리됐고 지난 2004년의 경우 지방정부 예산 4,200억원이 증발해버리는 등 부패 난맥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4월 임시국회 파행에 대해 “민생을 정치논리에 종속시켜 민생이 희생돼서는 안된다”며 “비정규직 관련3법도 국회가 빨리 매듭지어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오너’격인 정 의장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메트로폴리탄에서 만나 5ㆍ31 지방선거 전략과 국정 현안, 집권당 최고 책임자로서 역할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요즘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이 저조한 상태에서 유가가 크게 오르고 달러당 원화 값이 930원대로 떨어지는 등 경제여건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이 정부의 원칙 가운데 하나가 단방요법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원칙을 견지하고 중요한 것은 어쨌든 일자리 양극화를 비롯해 양극화를 완화하는 겁니다. 양극화 해소라는 말 자체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 만큼 양극화를 완화하는 정책대안들을 보완하고 개발하는 게 핵심입니다. 일용직ㆍ임시직이 800만명이 되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어요. 최소한 보호장치를 하는 것인데 이것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해법의 시작입니다. 정치권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생을 정치에 종속시키는 선거 책략이야말로 민생이 희생되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으며 다시 당으로 돌아와 당을 이끌고 있습니다. 집권당 대표로서 어떤 비전을 제시하실지.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정치, 상대방 허물을 얘기하는 정치가 아니라 좋은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결과에서 이기고 질 수 있지만 과정에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정치를 국민들이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정치로 하루 바삐 넘어가야 합니다. 과거는 민주냐 반민주냐, 죽느냐 살아남을 것인가였다면 이제는 규칙을 지키고 상대가 반칙하지 않는다는 바탕으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합니다. 상대에 대해 부당한 반칙을 하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관중(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공천 장사도 일종의 규칙 파괴입니다. 지방선거 양상이 혼탁해지는 게 안타깝고 선거에서 단체장을 몇 명 더 내는 것보다 지방선거 단위에도 깨끗한 선거를 이어가 선거 혁명을 완성하는 게 더 큰 의미가 돼야 합니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지도자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가 지도자 덕목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시대마다 다르겠죠. 식민지 때는 애국운동, 군사독재 때는 저항과 민주화 운동에 시대적 대의가 있었고 지금은 국가의 업그레이드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경제ㆍ문화의 선진화 등 선진화된 사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가 결합된 사회로 가야 하고 닫혀 있는 민족주의가 아닌 열려 있는 민족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국민통합이 그 당시도 시대적 요구였습니다. 그때는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선진화로 가기 위한 국민 결집과 의사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구동존이(求同存異)’ 같은 포용의 철학이 요구됩니다. 일방주의와 독선주의는 시대적 요구와 어긋나는 배제돼야 할 것들입니다. -후반기에 접어든 참여정부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는데 분명 게이트 없는 정부가 될 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역대 정권들이 후반기로 가면 내부 부패와 분열로 무너졌고 국민 마음에서 떠났습니다. 참여정부는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오히려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게이트 없는 정부이고 경제체제를 튼튼히 하기 위해 대증요법을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선거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일관된 원칙을 갖고 왔기에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문제는 경제인데 사정이 피부에 닿게 호전이 되면 평가도 달라질 것입니다. 현재 환율이나 유가 문제로 경제가 성장해도 국민순소득이 오르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경제 민생 살림살이가 정치가 해야 할 1장 1조라고 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독재 종식,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화해협력을 이뤄냈습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신의 정치목표를 설정한다면. ▦저와 함께 정치하는 세대는 이미 다른 사람이 써서 그렇지 ‘보통 사람’입니다. 상식을 가진 정치인이고 봉급 생활자ㆍ월급쟁이 출신으로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고 저축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며 청년시대를 보냈습니다. 위인의 시대가 아니라 상식과 보통 사람의 커먼센스(Common sense)가 정치의 장에서 실현되는 이런 시대가 요청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개념화하자면 나라를 선진화하는 일을 위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통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지도 그룹이 국민과 함께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유지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대선이 다가오면서 더 각을 세우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쉽게 생각하는 게 2004년 5월 상생협약을 했고 새로운 세대 정치인들이 대표로 새 패러다임으로 상호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대화ㆍ협상을 통해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정치를 지향하고 지긋지긋하게 혐오한 싸움 정치를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 정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박 대표도 당장 지방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라고 하는 등 정치화하지 말고 인물과 정책을 갖고 어떻게 하면 지방 살림살이를 잘해 지역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 경쟁해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겁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특정 정당의 독점구조를 해체하고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균점구조를 수립하는 선거입니다. 이는 지방자치 10년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있습니다. 10년 동안 단체장의 22%가 사법처리됐, 2004년의 경우 총 지자체 예산 92조 가운데 4,200억원이 증발해버리는 등 부패ㆍ난맥상이 심각합니다. 지방자치 10년 동안 4조원의 혈세를 청사 신ㆍ증축에 쏟아 부었습니다. 서울 금천구는 한해 예산이 1,500억원인데 신청사 건설에 1,000억원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지방자치ㆍ지방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게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입니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심화하면서 당내에서도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도 ‘마지노선’을 언급하며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는데요.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양론 모두 국익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 의견이지만 지금은 최선의 협상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을 때입니다.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생존전략임과 동시에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일류와 당당히 겨뤄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우리 경제의 자존심을 건 승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03년 8월 FTA추진 로드맵에 따라 전략적이고 단계적인 FTA 체결정책을 추진해왔으며 미국과의 FTA 체결을 ‘동시다발적 FTA정책’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설정했었습니다. 오랜 숙고를 거쳐 우리가 주도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제안해 성사시킨 겁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16개 광역단체장 중 여당 우세 지역이 몇 군데 안됩니다. 서울의 경우 ‘강풍’도 ‘오풍’에 밀리는 양상입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하셨는데. ▦아직은 개막전에 불과합니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선거를 포함해 당의 모든 활동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당의 대표자에게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깁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당 의장으로부터 일반 당원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단 한 석을 얻더라도 정정당당하게 페어플레이를 통해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지방정부에 대한 심판과 전국정당화라는 당의 노선과 철학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리의 숫자 못지않게 결과의 의미를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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