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목되는 고려대의 총장직선제 폐지

고려대 이사회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은 결론적으로 바람직한 결정이다. 교수들의 반응을 기다려봐야 하지만 그동안 직선제의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고려대는 지난번 총장 선출 때 유능한 후보가 일찍 탈락하고 선출된 총장에 대한 일부 교수들의 반대로 인한 갈등으로 이미지 추락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폐지 결정은 이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대신 총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청문회제도를 도입한 것이 특색이다. 이와 함께 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 투표도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바꾸고 총장 후보 수도 2명에서 3~5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마디로 직선제와 임명제의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고려대의 총장 선출 방안은 아직도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 대학에선 찾아 보기 힘든 총장직선제는 80년대 민주화의 산물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를 채택했지만 갈수록 폐해가 드러나 폐지하는 추세다. 총장선거로 대학사회가 사분오열되는 등 정치판처럼 변질돼갔다. 당선된 총장은 밀어준 교수에게 보직으로 보답을 해야 하는 등 각종 비리가 싹트고 연임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시대의 요구라고 할 대학 개혁 등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세계 유명 대학들은 재정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영능력이 뛰어난 외부인사 발탁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 CEO형 총장을 영입하는 추세가 늘어난 것도 직선총장으로선 재정문제 등의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보는 등 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50대 안에 드는 대학이 한 곳도 없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대학 개혁을 하기 위해선 교수의 비위를 잘 맞추는 총장보다 경영 및 추진력이 뛰어난 CEO형 총장이 필요한 시대다. 고려대의 총장직선제 폐지 결정이 문제점 많은 총장직선제 폐지 및 개선과 함께 대학 개혁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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