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일본계 세력다툼" 대부업協 내홍

日업체, 막강한 자금력바탕 국내시장 장악<br>회장선임 싸고 분쟁… 협회 조직 양분화<br>업계 "토종업체 양성화방안 마련 시급하다"

사채회사의 모임인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의 갈등과 분열은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세력 싸움의 연장선인가. 발단은 지난 3월21일 유세형 전임 협회장이 임기가 만료하기 전에 총회를 열어 사임하면서 전태일 그랜드캐피탈 대표이사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하면서부터였다. 이에 유 전 회장의 반대그룹들이 별도의 총회를 열어 아프로FC 부회장인 양석승씨를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로부터 대부업협회는 직무대행체제와 신임회장체제로 이분화됐으며 두개 조직은 서로 다른 사무실을 꾸리며 각기 정통성을 주장했다. 양 회장측은 법원에 유 전 회장측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일 이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측인 직무대행체제는 법적으로 인정받게 돼 유 전 회장의 공식임기가 끝나는 오는 9월까지 대부업협회의 이원체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출범 3년째인 대부업협회 분열은 일본계 업체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 전 회장측은 “분쟁은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협회를 장악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며 “양 회장이 일본계 대부업체인 아프로FC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측도 일본에 본사를 둔 ‘산와머니’를 비롯해 일본계인 헬로크레디트ㆍ코알라코퍼레이션ㆍ어네스트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와머니의 경우 이번 분쟁이 시작된 후 유 전 회장측의 사무실 보증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 전 회장측은 “산와머니 등은 일본계이지만 협회의 정회원인만큼 회원사의 지원을 받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양측이 모두 일본계 자금을 배경으로 한 세 싸움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대부업계는 일본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일본계와 토종업체의 대립’이라는 시각은 무의미하다”며 “오히려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일본계 산와머니와 아프로FC의 분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계는 제도권 안으로 양성화된 후 국내 대형업체 대부분이 일본계 자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2003년 출범 후 단 한차례라도 회비를 내 회원으로 인정되는 업체들은 모두 75개인데 이중 꼬박꼬박 회비를 내는 업체는 40개에 불과하다. 이중 자본금과 여신 규모에서 상위 20개 업체들은 거의 재일동포 자금을 비롯한 일본계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부협회가 협회장 자리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국내 대부업 시장에 뿌리를 내리려는 일본계 업체들간의 경쟁이라는 것. 대부업체 관계자는 “토종업체 대부분은 10억원 정도의 자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고 드러내놓고 영업하길 꺼리는 실정”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대부협회를 비롯한 제도권 내 대부업 시장은 일본계가 장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일본 대부업계는 83년부터 양성화돼 2003년부터 양성화 방안이 마련된 한국보다 발달했다”며 “우리의 경우 대형업체와 소형업체간 차별화 정책을 마련해 토종 대부업체를 활성화하는 것이 일본계 업체들의 시장 장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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