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간의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둘러싼 공방이 감정싸움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전경련이 ‘출자총액규제로 인한 투자저해 실태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놓자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하루 뒤인 어제 “전경련이 언론 브리핑이나 정치적 발언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공정위의 고건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전경련이 보고서를 내 출자총액제도를 투자저해의 주범으로 몰고 간데 대해 강 위원장이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흘러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결코 좋은 영향 을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해져야 할 것이 다.
출자총액제도는 그 동안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간의 빈번한 논란 과정 을 거치면서 ‘재벌개혁’과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 평가의 잣대’라는 서로 상반된 의미를 상징하는 제도가 됐다. 재계는 이 제도가 투자를 가로 막는 대표적 규제라며 폐지를 강력 주장해왔다. 반면 공정위는 순환출자를 통한 총수 1인 지배체제와 문어발식 확장 및 부실계열사 지원에 따른 동반 부실 등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사실 재계와 공정위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 즉 목적은 같다는점에서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다고 하기는 곤란하다. 양쪽 모두 기업과경제체질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하자는 것 아닌가. 다만 재 계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출자총액 규제 때문에 할 수 없으니 풀어달라는것이고 공정위는 먼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지금의 경제환경을 충분히 감안해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경영진의 부당행위에 대한 시장의 감시기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 업들이 과거처럼 멋대로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은 이제 아주 어려워졌다. 외국인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감시와 이에 대한 강력한 응징 때문이다 . 실제로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이나 총수의 2세가 경영해왔던 회사의 주 식을 비싼 값으로 인수해주려다가 소송을 당해 거액의 배상판결을 받거나지배구조 투명성 문제 제기로 주가가 급락해 곤욕을 치른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금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어떻게 하면 투자를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출자총액규제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 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출자총액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되 이 로 인한 부작용은 시장의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와 재계는 진지한 자세로 머리를 맞대 접점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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