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보통신 과잉투자 막아야(사설)

정보통신시대의 총아인 통신사업자 허가신청이 마감됐다. 정보통신부는 신청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심사, 시내전화·시외전화·주파수공용통신(TRS)·무선호출·회선임대 등 5개 분야의 사업자를 오는 6월중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신청한 사업자들을 보면 TRS부문의 충북권과 시내전화는 단독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단독신청이라도 일정수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탈락시키겠다는 것이 정통부의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지금은 바야흐르 정보통신의 시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황금알을 낳는 정보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이미 정보통신시장을 공산품의 경우처럼 개방토록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따라 내년부터는 한국의 정보통신시장에도 외국의 정보통신기업이 진입한다. 이에 대비, 우리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통부도 국내 정보통신시장을 경쟁체제로 유도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의 정보통신기업들은 막강한 자본과 뛰어난 기술력, 그리고 우수한 경영기법 등으로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 국내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기업들끼리 경쟁을 벌이도록 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황금알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이번 정통부의 사업자 선정도 이같은 맥락에서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시내전화사업을 하겠다고 신청한 하나로 통신, 시외전화부문에 신청한 한국고속통신에는 한국전력 및 한국도로공사와 같은 공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국민들에게 양질저가의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매년 여름만 되면 전력부족으로 온국민에게 절전을 당부하고 있는 한전은 올 여름에도 예상되는 전력 부족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부심하고 있다. ○공기업도 가세 「중복」 우려 그런데도 한전은 고유분야인 전력사업은 제쳐놓고 돈벌이가 됨직한 정보통신분야에 뛰어들어 공기업의 설립목적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에 참여할 여력이 있다면 양질저가의 전력공급에 더욱 노력, 국민들에게 전력부족의 불편을 없애주는 것이 본연의 자세다. 도로공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는 선진외국과 비교할 때 각종 안전시설이나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로공사도 정보통신에 투자할 여유가 있다면 자신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이다. 두 공기업이 정보통신을 할 시설이 있다면 한국통신이나 그밖의 통신업자들에게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온당한 처사다. 민간기업도 아니고 국민기업인 공기업이 돈벌이가 될 성싶은 분야에 얼굴을 내민다면 재벌기업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낭비없게 공존질서 유도를 한전의 경우는 더욱 큰 문제가 있다. 한전은 정보통신기업인 두루넷의 주식을 9.9%나 갖고 있는 대주주다. 두루넷의 통신망은 한전 소유나 다름없다. 업계에서는 한전과 두루넷이 같은 회사라는 것이 통설로 되어 있다. 이번 시내전화사업에는 한전이 7%, 두루넷이 7%로 신청했다. 양사의 지분을 합치면 동일인 지분한도 10%를 넘는다. 법적으로 한전과 두루넷은 별개 기업일는지 모르지만 회선 임대업을 하는 두루넷의 모든 통신망이 한전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 동일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한국의 정보통신 시장은 앞으로 기술개발과 더불어 상당히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과잉투자의 우려가 있다. 공평성만 배려하다 보니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복투자의 우려를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은 돈벌이 가능성이 있으면 누구나 뛰어들어 함께 넘어진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선박·자동차 등이 좋은 예다. 자동차는 중복투자로 벌써 굴지의 재벌기업들이 경영에 적지 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요즘 케이블TV시장에서는 경영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의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도 없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참여, 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상 시장이 개방됐을 때 외국의 대형기업을 상대로 얼마나 버티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기업들도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정보통신분야에서만큼은 질서있는 경쟁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통부도 멀리 내다보고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분별력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