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미국, 삼성 구형 스마트폰 수입금지 결정] 이중잣대 들이댄 미국의 두얼굴… 자국내서도 "부메랑 우려"

자국기업 편들기 되풀이… 오바마 일관성 없는 정책<br>국내외서 비난 잇따라 외교마찰 가능성도 거론

애플의 특허공세에 맞서 삼성전자는 혁신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9일 세계 최초로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 행정부의 삼성전자 스마트기기 수입금지 결정에 대해 경제ㆍ정치적 이유로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내에서조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중잣대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일관성 없는 특허정책으로 오히려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편들기에 나선 것으로 향후 외교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겉과 속 다른 미국, 자국 기업 편들기=이번 결정은 애플을 따돌리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 조치와 비교해봐도 미국은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애플 제품 수입금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때 미 행정부는 표준특허는 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사용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을 강조하는 내용의 긴 설명을 내놓았다. 반면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공정경쟁에 미칠 영향과 각 기관의 조언, 이해당사자의 주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수입금지 조처가 그대로 진행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간단한 성명을 내는 데 그쳐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상ㆍ하원 의원들도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가 임박했을 때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것과 달리 이번 삼성 제품 수입금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자국 기업 편들기 행태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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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 거세=미국 내부에서도 미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관해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8월 애플 제품에 내린 수입금지 판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과 달리 정반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유수 언론도 세계 무역시장에서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주창하는 미국이 정작 자국 기업인 애플만 보호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환태평양 11개국과의 무역협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더 강력한 지적재산권 원칙을 강조하고 있고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국과 협상할 때도 이들 국가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느슨하다고 불만을 표해왔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도 지적재산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결정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신들의 입장을 손쉽게 바꿔버리는 이율배반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잣대로 미국 기업에 부메랑 가능성=이번 결정은 자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은 보호하고 다른 나라 기업의 지적재산권은 보호하지 않는 미국의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도 해외 시장에서 같은 처우를 받게 될 수 있는 수렁을 미국 스스로 자처한 것이다. 자국기업보호와 지적재산권 보호 약화가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위크는 "백악관은 이번 결정으로 애플에 줬던 혜택을 삼성에는 주지 못한 셈이 됐다"면서 "한국은 이를 미국 정부가 편들기를 한다는 또 다른 증거로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T 전문 매체인 슬래시기어도 "미국 기업은 보호하고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비슷한 조처를 하지 않는 결정은 이미 곳곳에서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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