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업 글로벌화, CI로 승부하자

우리가 글로벌화의 중요성을 외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삼성전자가 세계 20대 브랜드로 등극하는 등 우리 기업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과거처럼 내수시장만 바라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자세를 취할 수 없게 됐다. 글로벌화의 전선이 국내시장까지 연결되면서 국내 기업의 모습은 확 달라졌다. 본인이 전공하는 마케팅에서는 최근 많이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 고객과의 접점 관리이다. 그 모습은 특정한 기업, 혹은 브랜드의 방송, 또는 인쇄 광고 및 여러 홍보물을 포함해 제품의 용기, 또는 점포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점원 등 아주 포괄적인 범위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업의 심벌마크와 기업위상(CI)도 바로 이러한 대외적 커뮤니케이션 접점의 중요한 일환이라고 간주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CI는 최근 여러 경영 물결에 발맞춰 많은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의 중요한 CI 트렌드는 기업들이 과거의 권위적인 모습에서 현재는 더 감성적이고 따뜻한 면모로 탈바꿈을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SK의 ‘행복날개’나 금호아시아나의 ‘윙(Wing)’ CI는 둘 다 날개를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친화적 개념을 토대로 감성적 색상 및 활자체, 그리고 심벌을 이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CI의 감성화는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기업일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단순히 제품에만 역점을 뒀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의 꾸준한 호감을 얻어야 하는 맥락에서 기업 인성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좋은 CI 성공 사례가 LG가 사람의 얼굴을 심벌마크로 형체화한 경우다. 국내 기업 CI의 또 다른 트렌드는 기업의 사업 영역을 네이밍과 디자인에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사업 영역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성격을 네이밍, 또는 디자인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92년 한국화약은 기간산업 위주의 주력사업을 유통과 레저 등으로 다각화하면서 기업명을 한화로 바꿨다. 또 최근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하면서 발표한 트라이서클 심벌마크는 한화의 사업 구성인 금융과 제조ㆍ건설, 유통ㆍ레저 등의 세 가지 핵심축을 나타낸 것이다. 제일제당은 식품회사에서 엔터테인먼트회사로 사업 역점을 전향하면서 이름을 CJ로 바꾸고 디자인도 이에 걸맞게 변신했다. 또한 한국담배인삼공사는 KT&G로 이름과 디자인을 바꿔 종전 기업명이 가졌던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연상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이 세 회사는 이러한 탈바꿈으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사업 진출을 위한 좋은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끝으로 국내 기업 CI의 주요 트렌드로서 주목할 수 있는 점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사용이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는 글로벌 디자인의 여러 조류를 잘 읽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감각을 부여할 수 있다. 게다가 CI는 크게 개념 차원인 베이직 단계와 응용 단계로 구분이 되는데 대게 베이직은 해외 디자이너가 맡고 응용은 국내 회사가 대행하므로 실제로 구현된 CI 결과물들은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협업의 손꼽히는 예는 인터브랜드 본사와 인터브랜드 코리아의 2002년 월드컵 엠블럼ㆍ마스코트의 개발, 랜도어와 디자인포커스의 국민은행 ‘KB star’, 카림 라시드와 가이드어소시에이츠와의 한화 ‘트라이서클’ CI 개발 등이다. 이중 가장 최신 사례인 한화의 신규 CI 개념을 주도한 카림 라시드는 산업 디자이너로서 가구ㆍ조명ㆍ의류ㆍ인테리어 등 다양한 디자인 장르에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활동을 확장하려는 한화그룹은 카림 라시드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통해 국내는 물론 외국 소비자에게까지 한화의 국제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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