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감원처럼… 전력시장 감독원 만든다

전력난ㆍ부지선정 갈등 해소 차원, 발전회사 과태료 부과 권한 부여


정부가 '한국판 북미전기신뢰성기구(NERC)'라 할 수 있는 '전력계통감독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시장을 관리ㆍ감독하는 금융감독원처럼 전력시장을 통합 감시ㆍ관리하는 기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고질적 전력난과 그에 따른 전력설비 부지선정 갈등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자는 취지를 담은 방안이다. 미국도 지난 2003년 대정전을 겪고 나서 NERC를 설립했다.


전력계통감독원은 특히 전력시장의 규정을 위반한 발전회사 등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될 것으로 알려져 민간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민간발전 회사들이 발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제대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연내 중립적인 국가 전력망 관리ㆍ감독기구인 전력계통감독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공공기관 예산과 정원 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와 막바지 협의에 들어갔다.

같은 맥락에서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전력계통감독원 설립을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최근에 대표발의해놓았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유관부처 간 본격 협의를 시작함에 따라 이르면 연내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게 됐다.

전력계통감독원은 국토가 좁아 촘촘하게 얽혀 있는 국내 전력망을 종합적으로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이다. 각 지역에서 발전회사들이 전기를 균형적으로 생산하고 전국의 송ㆍ배전망이 안전하게 운영되는지, 또 앞으로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지 상시적인 감시체계를 갖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 같은 전력계통망의 신뢰도 관리 업무를 산업부와 한국전력ㆍ전력거래소가 나눠서 해왔다. 하지만 국가 송전망이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전력계통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학계에서는 별도의 전문적인 전력망 감시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연내 전력계통감독원이 설립될 경우 현재 산업부 고시로 제정된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발전과 송ㆍ배전 회사로 구분된 현재의 전력시장에서 각 참여주체들이 불균형적인 투자를 하지 않도록 서로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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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현재의 전력계통 신뢰도 고시는 미국 등과는 달리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복잡한 국내 전력계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감독원이 설치되면 이 기준을 세밀하게 강화하는 작업이 먼저 수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력계통감독원은 특히 밀양송전탑 사태와 같은 사회 갈등 사태가 앞으로 벌어지지 않게 하는데도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력시장에서는 전력거래소가 발전설비 계획을 짜고, 한국전력이 이에 따른 송전망 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송전망은 무한정 건설 가능한 것으로 가정하고, 발전소 계획을 짜다 보니 밀양 송전탑과 같은 큰 사회적 갈등이 초래됐다.

앞으로도 발전소 건설에 따른 갈등보다도 송전망 건설에 따른 갈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력계통감독원은 전력거래소의 발전 계획과 한전의 송전 계획이 서로 적합한지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아울러 송전망이 건설 가능한 지역에 발전소를 짓게 하는 등 발전과 송전을 한데 묶어 패키지 정책으로 추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리라고 기대된다. 이 같은 발전ㆍ송전 패키지화는 최근에 민간워킹그룹이 제시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전력계통감독원의 조직 정원 및 감독원장 위상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차적으로 50여명 수준에서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에서 전력계통 담당 전문 인력들이 파견되고, 전력공학을 전공한 박사급들이 채용될 수 있다.

전력계통감독원은 또 전력시장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ㆍ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규정을 위반한 발전회사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 받게 된다. 특히 최근 민간발전 회사들이 발전 시장에 상당수 진입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제대로 설비 투자를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업무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기재부와의 협의가 남아있어 조직 및 정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내년도 전력 계통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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