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모바일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은 없는지 철저히 실태점검을 할 겁니다. 종합편성채널은 취임 초부터 자극적인 방송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종편) 재승인 기준이 강화돼 탈락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경재(72ㆍ사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민 행복을 위해 공정하고 품격 있는 방송통신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1시간반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공정방송에 대한 강한 의지와 방통위의 역할, 자신의 인생철학, 해직기자 시절의 어려움, 딸과 사위 얘기 등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방통위는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총괄한다. 국민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대해 방통위가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기대한다. 이 위원장은 "크고 작은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지금까지는 기업의 보호의무 위반과 개인정보 유출 등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했지만 법 개정을 통해 인과관계 입증 없이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징금을 현재 1억원 이하에서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바꿔 사실상 상한선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방통위는 삶의 일부분이 된 스마트폰, 모바일 세상의 개인정보 보호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첫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개인정보 수집과 유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면서 모바일을 통한 개인정보 침해나 유출 관련 조사가 취약했다"며 "모바일 서비스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관련 업체들이 불필요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침해한 것은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이 엄격해지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실태조사가 강도 높게 이뤄지면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했던 모바일 서비스 관련 업체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뜰폰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통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된다. 정부는 가계 통신비 절감방안의 하나로 알뜰폰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돈을 내고 망을 빌려오는 과정에서 이통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며 "불합리한 계약은 없는지, 차별적으로 계약한 것은 없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끝나 조만간 전체회의에서 이통사 제재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이통사 제재에 합의하면 알뜰폰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첫 제재사례가 된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이 위원장은 누구보다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는 '무행동의 행동' 원칙을 강조했다. "방송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오랜 신념"이라며 "(공정방송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새로 정권이 바뀌면 방송사 사장 또는 영향력 있는 신문사 사장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인사를 통한 방송 장악 자체를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임기를 보장하고 자율적으로 사장을 뽑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종편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종편 5개사가 한꺼번에 승인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계획도 틀어져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지 못하고 토론으로 메워가려다 보니 자극적이고 부실하며 눈살 찌푸려지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너무 자극적인 부분은 삼가해달라고 경고도 하고 시정명령도 내리는 등 법에 따라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진행될 종편 재승인 심사는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마련된 종편 재승인 기본심사계획안은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상파보다 훨씬 강화된 내용"이라며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승인을 하더라도 조건부 승인을 하는 등 무거운 조치가 나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유사보도 채널 문제도 엄정한 기준을 마련해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보도와 관련된 내용은 사회적ㆍ정치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허가 없이 누구나 할 수 있게 하면 여론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신고만 한 업체가 유사보도를 진행하면 방송보도채널 기준 강화에 대한 의도가 흐릿해지고 법이 존재하는 이유마저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또 "예능오락 프로그램을 교양 프로그램으로 포장해 유사보도의 느낌을 주는 일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뿐만 아니라 지역채널(SO)들이 지역정보와 보도에 대해 애매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상 보도채널의 경우 일정 기준을 갖춰 등록한 후 보도를 포함한 방송을 할 수 있고 일반 PP는 신고만 하면 방송을 할 수 있지만 보도는 금지된다. 현재 방통위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함께 300여개 채널에 대한 유사보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이 위원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 다만 광고비중은 낮추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KBS가 상업광고에 의존해 시청률 경쟁을 하게 되면 프로그램의 질 하락과 대기업 광고주 자본에 의한 언론왜곡 현상이 발생해 공영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이 정의롭게 공익과 공공ㆍ공정을 위한 방송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재송신료 문제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다. 이 위원장은 "유럽은 국민의 시청권 보장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반대로 대가가 없거나 오히려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며 "해외사례를 적극 참조해 블랙아웃(지상파 방송 중단)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직권조정, 재정제도 도입 등의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권역을 두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방송법 개정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지상파 등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을 보는지 큰 의미가 없지만 TV에 연결되는 네트워크에 따라 규제 수준이 다른 실정"이라며 "현행법상 케이블TV를 규제하는 법과 IPTV 규제법이 다르고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 서비스는 법도 없어 '동일 서비스를 동일 규제한다'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업자들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와 규제개선은 국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셈이다. "업계 대표들 얘기를 듣다 보면 자기들 주장만 내세워 마치 몸의 어디를 만져도 다 아픈 것 같다"며 "해결방법은 기술발전을 통해 새로운 경제를 창출하고 국민들에게 값싸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으로 밀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방송시장의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초고화질(UHD) TV 도입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이견 노출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일을 하다 보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의견조율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UHD TV는 미래부와 공동으로 구성한 연구반을 통해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미래부가 케이블TV를 통해 UHD TV 시장을 조성해가겠다고 했지만 기기와 기술이 발전해도 콘텐츠가 없으면 방송이 될 수 없다"며 "전체 방송 콘텐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상파가 함께 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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