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와 국내 운용사는 자금을 집행하고 위탁받는 '갑을관계'가 명확한 만큼 운용사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아부다비투자청·노르웨이국부펀드·중국국부펀드 등 해외 국부펀드 자금유치에 공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 국부펀드의 수장이 국내 운용업계 전체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안 사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해외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겨 국내 업체의 역량을 키우도록 도와주라는 지적이 있지만 솔직히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보유 외환을 운용할 실력이 아직 안 된다"며 "국민 돈인데 손실을 보면서 운용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KIC는 그동안 해외운용업체들에만 자금을 위탁해오다 지난 2012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각각 5,000만달러씩 맡겼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년4개월 동안 운용해 약 22%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IC가 기준으로 내세운 벤치마크보다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자 위탁금을 회수당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목표 수익률보다 높아 여전히 위탁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는 KIC의 평가가 지나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중국국부펀드(CIC) 등은 운영자금을 30년간 맡기는데 1년 남짓 투자한 성적표를 보고 역량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것은 성급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국내 운용사의 일부 해외펀드 성적표는 해외운용사 못지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US블루칩인덱스펀드의 5년 성과는 111.76%로 피델리티보다 높다. 중국펀드 역시 5년 성과는 KB차이나펀드(79.19%)가 JP모간차이나펀드(70.18%)보다 높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국부펀드들은 자국 운용사들에 자금을 맡기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지만 KIC는 국내 업체들에는 덜 개방적"이라며 "몇몇 업체들의 성과로 국내 운용업체 전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가혹하며 해외 세일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