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 신년기획] 소비자들 구매결정 국가브랜드에 달렸다

"차별화된 국가이미지가 기업·상품 경쟁력 좌우"'노키아는 일본 브랜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노키아의 국적은 핀란드다. 하지만 이 노키아는 일본식 브랜드명칭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리서치 전문회사인 로퍼스타치인터내셔널은 최근 미국시민 1,0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노키아는 일본브랜드"라고 답했다. 아무 뜻없이 부르기 쉽게 붙인 일본식 이름 덕에 핀란드회사가 일본기업으로 오인받고 있는 것. 아직도 전자제품하면 '메이드 인 저팬'이 세계 최강이란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이 같은 착각은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노키아 브랜드를 고르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 국가 이미지의 파워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는 지난 90년대초 공동으로 스포츠카를 개발해 각각 '이클립스'와 '탈론'이란 서로 다른 브랜드를 붙여 시장에 내놓았다. 이클립스나 탈론 모두 미국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만드는 일종의 '일란성 쌍생아'. 하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양상은 완전히 판이했다. 이클립스는 90년 한해에만 5만대가 팔렸지만 탈론은 2만8,000대를 파는데 그쳐 무려 두배가량의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서 '이클립스=일제차', '탈론=미제차'라는 차별된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압도적으로 이클립스의 손을 들어준 것. 상품의 품질이나 디자인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느냐를 보고 구매결정을 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다. 정경원 산업디자인진흥원장은 "국가이미지는 최후의 순간 기업이나 상품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말한다. ◇ 새로운 국가브랜드 만들기 프랑스는 '1998 월드컵'을 계기로 '프랑스=문화중심지'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기술프랑스, 산업프랑스'란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총력을 펼쳤다. 프랑스는 당시 세계적인 기업체 CEO등을 초청, 위축된 자국내 경제활동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 경기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뉴 프랑스'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실천했다. 영국 역시 토니 블레어 총리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으로 '쿨 브리태니아(멋진 영국)'캠페인을 펼쳤다. 대영제국ㆍ산업혁명ㆍ럭비 등으로 연상되는 영국의 이미지를 21세기에 걸맞는 '젊은 미래의 나라'로 새롭게 구축하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골자. 영국은 현재 이보다 한차원 더 나아간 범정부 차원의 '패널2000'을 구성, 지식ㆍ기술ㆍ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국가 이미지 창조,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영국의 팝스타 스파이스걸스도 적극 참여할 정도로 전국민이 의욕을 보이고 있다. 벨기에도 '아동 포르노그래피 천국', '다이옥신닭 파동의 발생지', '비리투성이 정부'로 각인된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총리직속의 국가이미지재건팀을 구성, 인터넷을 통해 '도전하는 벨기에'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벨기에는 온라인에서 구축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점차 국가 및 산업 이미지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중장기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 지속적인 액션플랜이 관건 2002 한ㆍ일 월드컵은 '메이드인 코리아'의 이미지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몇 십년만의 기회다. 지구촌 스포츠제전을 국가이미지 개선의 기회로 삼는 것은 이제 보편화돼 있다. 지난 64년 동경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은 세계 시장에서 당시까지도 '메이드인 저팬=싸구려'로 인식되던 이미지를 한순간에 벗어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일본이 펼친 각종 캠페인과 범국가적 노력은 익히 알려진 사실. 중국이 '죽의 장막'이란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는 추진력을 얻은 것 역시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통해서 였다. 관건은 이 같은 기회를 단순 행사에 그치지 않고 경제화, 문화화시키는 것. 오영교 KOTRA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 88년 서울올림픽때 세계인들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렸지만 이를 경제 올림픽으로 연결시키는데는 실패했다"며 "행사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코리아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패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이나믹 코리아', 'IT 코리아'와 같이 역동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국가브랜드를 구축할 때 경제 월드컵 16강 진입이 성공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