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심층진단] 정치권 쥐어짜기, 시장 성장 가로 막는다

[위기의 이동통신사업]<br>통신료 무차별 인하 등 여야 총선공약 시행땐 수조원대 손실 불보듯<br>망 확충 투자 엄두못내… 결국은 소비자도 피해


"영업이익은 계속 떨어지고 신규 서비스 등 투자할 곳은 많은데 무턱대고 통신비를 인하하라고 요구하면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정부와 정치권의 잇따른 이동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대한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의 하소연이다. 이런 불만이 단순히 앓는 소리로 들리지 않을 만큼 국내 이통사가 처한 환경은 좋지 않다. 특히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경제를 살린다는 명목 하에 이통사 쥐어짜기에 팔을 걷어붙일 기세다. 벌써 4ㆍ11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해 조금씩 이통사들을 압박해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음성통화요금 20% 인하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도입 등을 내세웠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통사들은 음성통신으로만 13조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돼 해당 공약이 시행될 경우 당장 2조6,0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올해 총 7조2,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준비 중인 이통사 입장에서는 투자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관련기사



특히 투자확대를 통한 망 확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러한 발목 잡기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통신 3사의 전체 데이터 트래픽은 1만1,761테라바이트(TB)로 6개월에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통사들은 데이터 분산을 위해 와이파이(무선랜)와 LTE 망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지만 통신 요금인하로 재원이 모자라게 되면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인위적으로 감소할 경우 통신망 구축을 통한 신규 서비스 가입자 유치라는 선순환 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또한 지나친 '표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 3G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이용자 중 상위 1%는 한 달 평균 8기가바이트(GB)의 무선 데이터를 쓰고 있다. 3G보다 5배 빠른 LTE 서비스에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헤비유저'들을 중심으로 월평균 수십 기가바이트의 데이터 과소비가 우려된다. 주파수라는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는 이동통신 산업의 특성상 데이터 과부하로 인한 피해는 여타 LTE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야권의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이통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기본요금 및 가입비 폐지 ▦문자메시지 요금 폐지 ▦공용 와이파이(무선랜) 무료제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중 월 1만1,000원 정도인 통신 3사의 기본요금이 모두 폐지될 경우 최대 6조8,900억원의 매출감소로 직결돼 전체 매출의 30%가량이 사라진다. 신규 투자는커녕 기존 사업 운영마저도 어려울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문자메시지 요금 폐지 또한 이통사와 소비자 모두에 부담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발송된 문자메시지는 총 544억건으로 연간 기준으로 1,000억건 이상으로 추산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2조원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것. 특히 문자메시지가 무료화될 경우 스팸메시지 등이 난립할 가능성이 커 소비자 신고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김형진 온세텔레콤 대표는 "요금인하 정책이 정치논리라는 측면에서는 맞을지 몰라도 산업발전 측면에서는 맞지 않다"며 지나친 포퓰리즘을 경계했다. 소재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반값 통신비 등의 무리한 공약은 배제하고 합리적인 가격조정을 통해 실효성 있는 요금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욱 중요하다"며 이통사와 소비자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