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법칙 쇼펜하우어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상대방을 화나게 하며, 그의 주장을 과장하고, 무리한 주장을 유도하며, 스스로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하라”
요즘 나오는 처세술이나 대화술의 한대목 같지만 실은 19세기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150여년전에 제시한 토론법이다.
헤겔과의 논쟁에서 창안됐다고 하는 이 토론법은 진리에 도달하거나 진실을 도출하기 위한 `고상한`대화법이 아니고 토론에서 오로지 `이기는`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란 데 특징이 있다. 이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상대방 말 확대하기, 딴청부리기, 말꼬리 잡기, 인신공격하기, 화제 돌리기, 잡아떼기 등 진실보다는 토론의 최종적인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마키아벨리즘적`38가지 토론 기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는 이 책을 통하여 엄숙과 고상을 가장한 인간의 야비하고 사악한 술책을 통째로 드러냄으로써 역설적으로 진정한 토론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을 즐기는 공격적인 토론가가 아니라면 잔꾀에 능한 상대를 만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지침서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미발표작이었던 이 책은 91년 이탈리아어로 번역돼 그 해에만 15만부가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