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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테라스퀘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미국에서 잘나가던 전도유망한 인재였다. 세계 TOP5 반도체설계회사인 마벨 반도체(Marvell Semiconductor)에서 10년간 여덟 번의 승진을 거치며 제품개발 총책임자 직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항상 한국에 돌아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연봉 등 현실적인 근무여건의 격차가 커 좀처럼 모국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해외인재스카우팅사업을 통해 인건비와 체재비 등을 지원받게 된 것.
토종 시스템반도체 회사인 테라스퀘어로 이직한 뒤 약 2년간 박 CTO는 회사의 유례없는 성장을 이끌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트랜시버 PHY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모든 차세대 초고속 통신 분야에서 적용할 수 있어 파급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입사 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등록한 지적재산권만 45개에 달한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테라스퀘어는 3년 뒤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해외인재스카우팅사업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해외 인재들이 ICT 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둥지를 튼 해외인재들은 기술개발 외에도 해외시장 진출, 제품군 확대, 경영합리화 등 다방면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7년간 일하다 판교에 있는 MDS테크놀로지로 이직한 노윤선 상무는 해외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려 글로벌 사업 매출을 12.6% 증가시켰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에서는 수익률이 111% 성장했다. 노 상무는 "해외사업기반 확대에 나선 결과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진출 지역을 새로 넓힐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며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환경 구축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매출이 없던 벤처 회사가 해외 인재를 만나 본격 도약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터치 스크린 패널 솔루션 업체인 세미센스는 안병국 부사장이 지난해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약하면서 올해부터 첫 매출이 발생했다. 세미센스의 제품군은 기존 대비 10배로 확대됐다. 또 민간투자 20억원도 유치하며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해온 이 사업은 해외 산업체·연구기관·대학원에서 실무경험이 있는 한국인 ICT 전문가를 학력·경력·나이 제한 없이 선발해 국내 중견·중소기업, 연구기관, 대학원 등에서 활동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최대 5년간 해외인재가 1년 동안 받는 연봉 총액의 70% 이하와 왕복항공료·주택임차료·국제이주비·자녀교육비 일부 등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