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도시요? 차라리 독도에 지으라지요"

■ 부동산대책 발표 앞둔 수도권 분양·매매시장 르포<br>"이젠 정부 말 안믿는다" 시큰둥

12일 매물 정보는 자취를 감추고 전세 정보만 남아 있는 검단지구 내 한 중개업소 게시판을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정부의 신도시로 확정발표 후 인천 검단지구와 인근 아파트의 호가가 급상승하자 매도자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김주성기자

12일 매물 정보는 자취를 감추고 전세 정보만 남아 있는 검단지구 내 한 중개업소 게시판을 한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정부의 신도시로 확정발표 후 인천 검단지구와 인근 아파트의 호가가 급상승하자 매도자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여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김주성기자

“신도시요? 차라리 독도에 지으라지요. 그렇게 먼 곳에 누가 산답니까.” 지난주 말 수도권 일대 신규 모델하우스는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정부의 장담이 무색할 정도로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분양가를 최대 30%까지 낮춰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주거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공급 확대책을 내놓겠다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는 정부의 목소리는 시장 어느 곳에서도 귀담아듣지 않는 분위기였다. ◇주말 분양시장 북새통=현대건설이 서울 성수동에 공급하는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1시간 이상을 줄 서서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모델하우스 앞에 예비 청약자들 4만여명이 몰리며 주말 내내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 11일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박모(36ㆍ회기동)씨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집을 30평형대로 넓히고 싶은데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아니겠냐”며 “정부 말 믿고 기다렸다간 늙어죽을 때까지 20평형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18~92평형 445가구이며 평당 분양가가 2,140만원으로 주변시세보다 800만~900만원 높지만 청약자들의 투자 열기는 뜨겁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비싸지만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처음 적용하는 데 따른 고품격 외관, 조경, 설계 등을 따져봤을 때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오는 15일 무주택 우선 및 1순위 청약접수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일 동시에 모델하우스 문을 연 인천 운남지구 ‘영종자이’(34~97평형, 1,022가구)도 검단신도시 개발 호재에 힘입어 주말 동안 2만7,000여명이 몰리는 등 모델하우스가 북새통을 이뤘다. GS건설은 최근 분양한 한화건설의 인천 남동구 소래ㆍ논현지구 ‘한화꿈에그린월드 에코메트로’ 1차가 4일 만에 100% 계약완료된 만큼 ‘영종자이’ 역시 1순위 마감을 무난하게 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이모(42ㆍ운남동)씨는 “정부가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한다니까, 이제 분양가가 오르지 않겠냐”며 “집값이 IMF 때처럼 폭락하지 않는 한 하루라도 빨리 잡아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한화건설도 당초 내년에 단계분양을 계획하던 ‘에코메트로’ 2, 3차 분양 시기를 앞당겨 일괄 분양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지자체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동시분양 일정이 지연된 시흥 능곡지구(총 1,484가구)의 경우 가오픈한 모델하우스에 주말 동안 1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5~6년 만에 이 지역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매매시장에는 매수자 문의만 쇄도=지난주 서울 강북 지역 중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노원구ㆍ도봉구 일대 중개업소에는 청와대의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경고를 무시하듯 매수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중계동 H공인 관계자는 "집 사지 말라는 것에 오히려 더 불안해 하고 있다"며 "정책으로 안되니까 바짓가랑이 잡고 매달리며 애원하는 꼴 같다”고 정부의 태도를 비웃었다. 주말인 11일 도봉구 창동 중개인 연합회는 야유회를 가졌으나 대부분의 중개업소는 문을 열고 손님 맞이에 한창이었다. 매물로 나온 집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라는 한 중개업소 사장은 "아침부터 전화가 오는데 어떻게 가게를 닫느냐”며 “대책이고 뭐고 이젠 처다도 안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처럼 시장에서 정부는 완전히 신뢰를 잃은 모습이었다. 현재 30평대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한 매수 희망자는 “정부가 아무리 집값을 잡겠다고 얘기해도 이젠 믿지 않겠다”며 “지금 집 사면 낭패를 본다지만 여태 집을 사지 않아 더 큰 낭패를 봤다”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말에도 “그걸 어떻게 믿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새롭게 나올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대부분인 강북 지역에선 ‘금리 인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계동 S공인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집 사는 사람은 대부분 60% 정도 대출을 끼고 산다”며 “금리가 갑자기 크게 오른다면 IMF처럼 공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담 중이던 주민 김모(37)씨는 “만약 지금 상황에 금리를 인상한다면 돈 없는 사람들의 피해만 더 커질 것”이라며 “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지 말고 남은 임기 동안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남권은 정부의 대책에 아예 무관심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으로 잠시 문을 닫았던 대치ㆍ도곡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주말인 11일에는 대부분 문을 열고 정상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지역 k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중개업소를 들쑤시고 다니니 신경도 안 쓰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포1단지 개포공인 최은희 사장은 “정부는 자꾸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양도세 회피매물들은 이미 다 나왔다”며 “정부 대책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매도자들이나 매수자들도 정부 대책에 시큰둥하기만 했다. 이 지역 주민인 백모(40)씨는 “정부는 강남 얘기를 할 때마다 ‘투기’ 운운하는데 대부분이 재건축되면 들어와 살겠다는 실수요자”라며 “강남과 무관한 곳에 아무리 신도시를 개발하고 값싸게 분양한들 관심을 갖겠느냐”고 말했다. 대치동 W공인 관계자는 “아직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모두 나오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팔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아예 팔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정부 대책보다는 양도세와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야당의 목소리에 기대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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