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11시50분께 남구 주안동의 한 빌라에서 A씨와 B씨·C양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결석 한 번 없이 성실한 C양이 이틀간 무단결석하자 C양의 담임교사가 집으로 직접 찾아갔으나 인기척이 없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일가족 3명은 안방에 반듯이 누운 자세로 숨져 있었으며 현장에는 타다 남은 연탄재와 유서들이 남겨져 있었다. B씨는 유서에서 "딸에게 엄마가 죽고 나면 아빠와 살겠느냐고 물었을 때 딸이 엄마를 따라 생을 마감하겠다고 했다"며 "생활고로 힘들다. 혹시라도 우리가 살아서 발견된다면 응급처치는 하지 말고 그냥 떠날 수 있게 해달라. 뒷일은 남편이 해줬으면 한다"고 적었다.
C양은 유서에 "그동안 아빠 말을 안 들어 죄송하다. 밥 잘 챙기고 건강 유의해라. 나는 엄마하고 있는 게 더 좋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것이기에 슬프지 않다"는 내용과 함께 A씨에게 "우리 시신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경찰은 이 같은 유서 내용과 집안에 외부인의 침입 흔적 등이 없는 점으로 미뤄 B씨와 C양이 먼저 숨진 뒤 아내와 딸의 유서를 본 A씨도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과 등진 이유와 관련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B씨는 유서에서 생활고를 호소했지만 구청에 긴급복지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 가구는 기초생활수급 대상도 아니었다. 동기가 단순 생활고라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서울의 한 폐기물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경매 등을 통해 총 16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A씨는 여러 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처분이 빨리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통해 여러 건의 부동산을 확보했고 그로 인한 상환 압박에 시달렸다고 가정하더라도 A씨가 직장인의 신분으로 어떻게 이 많은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경매전문업체 부동산태인의 정대홍 팀장은 "자기 투자금이 별로 없이 단기간 내 돈을 빌려 낙찰을 받은 후 임차보증금을 통해 돈을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소유 부동산을 늘려나가는 분들이 경매업계에 있기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임차인을 중간에 구하지 못하면 전체 연결고리가 끊기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투자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이들 부부의 정확한 부채와 재산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