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한국 상금왕 출신 장하나(23·비씨카드)의 데뷔전 첫 라운드 성적은 자신의 전망과 거의 일치해 보였다.
장하나는 2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러의 골든오캘러GC(파72·6,541야드)에서 열린 2015시즌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냈다. 5언더파 67타를 적어낸 장하나는 일몰로 120명 출전 선수 중 23명이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한 가운데 선두 그룹에 단 1타 뒤진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선두(6언더파)에는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비롯해 제시카 코르다(미국), 아사하라 무뇨스(스페인)가 자리했다.
장하나는 이번 대회에 못 나올 뻔했다. 지난해 12월 응시한 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통과했지만 시드 순위 10번을 받았다. 선수들이 개막전에 많이 불참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신설 대회인 코츠 챔피언십에 소수의 결원만 생기면서 장하나는 예선을 거쳐 가까스로 출전했다. LPGA 투어에서 예선 통과자가 그 대회를 우승한 최근 사례는 2000년 스테이트팜클래식의 로렐 킨이었다.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가 주무기인 장하나는 페어웨이우드를 자주 잡아 티샷 거리가 227.5야드로 측정됐지만 버디 사냥에는 지장이 없었다. 페어웨이는 단 한 차례만 벗어났고 그린을 놓친 5개 홀에서는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파를 지켜냈다. 퍼트 수도 27차례로 양호했다.
장하나와 함께 올 시즌 미국 무대에 뛰어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출신 특급 루키들은 첫날 부진해 희비가 엇갈렸다. 장타자 김세영(22·미래에셋)과 지난해 KLPGA 투어 신인왕 백규정(20·CJ오쇼핑)은 부담감 탓인지 각각 7오버파와 8오버파로 100위 밖에 밀렸다. 장하나와 김세영은 국내에서 나란히 2013년과 2014년 각각 3승과 2승을 거두며 강자로 군림했다. 백규정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으로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기존 한국 군단 선수들의 출발도 좋았다. 2년여 동안 우승 맛을 보지 못한 최나연(28·SK텔레콤)은 4언더파로 공동 6위에 올라 통산 8번째 정상 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승씩을 거둔 허미정(26·하나금융그룹)과 이미향(22·볼빅)이 각각 공동 8위(3언더파)와 공동 10위(2언더파)에 자리를 잡았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1언더파 공동 15위로 첫날을 마쳤다. 박인비는 장기인 퍼트가 살짝살짝 빗나가면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2위인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18)는 1벌타를 받았으나 최나연 등과 나란히 공동 6위(4언더파)에 올랐다. 최근 트레이드마크였던 안경을 벗고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리디아 고는 10번홀에서 출발, 7번째 홀이었던 16번홀(파4)에서 파 퍼트를 하려고 어드레스를 했을 때 볼이 움직이자 자진 신고를 해 벌타를 받았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역대 최연소 세계 1위가 된다. Q스쿨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호주교포 이민지(20)는 공동 10위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고 지난해 부활한 재미교포 미셸 위(26)는 새색시 폴라 크리머(미국) 등과 함께 공동 27위(이븐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