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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코넬 등 미국 대학의 법대 교수 27명이 "카펫과 스마트폰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만큼, 애플에 대한 삼성전자의 손해배상액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기술특허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자제품에서 디자인 특허의 비중을 너무 높게 인정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 법원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향후 전자제품의 디자인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T 소송 전문가인 마크 렘리 스탠포드대 교수와 오스카 리박 코넬대 교수 등 27명은 지난 5월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낸 법정의견서를 통해 "디자인 특허와 피고(삼성전자)의 이익과의 연결관계를 분명히 입증해야 하고, 디자인 특허가 이익에 기여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손해배상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법정의견서에서 "디자인을 침해했을 때 이익의 전부를 환수하는 법은 1887년 카펫의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이 법을 25만개의 특허가 들어가 다양한 성능을 구현하는 21세기의 스마트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디자인이 제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명확히 산정해 이익 환수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모든 제품에 대해 이익의 전부를 환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아이폰의 디자인 특허를 예로 들었다. 그들은 "과거의 제품은 디자인이 제품 전체를 포함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애플의 많은 디자인 특허도 제품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또 디자인만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수들은 "아이폰의 모양과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산다고 직접적으로 주장하기는 힘들다"며 "특히 한 제품에 케이스, 아이콘, 스크린 배치 등 여러 가지 디자인 특허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확정 짓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국 교수들의 법정의견서에 대해 한 대기업 특허담당 임원은 "제품마다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법원이 교수들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자제품의 디자인 특허와 관련된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 새너제이 지원은 지난해 11월 애플과 삼성전자의 1차 소송 판결문을 통해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9억3,0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법원이 교수들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1차 소송 배상액도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법정의견서를 주도했던 마크 렘리 스탠포드대학 교수는 지난 2012년 1차 판결 후 뉴욕 타임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거대한 승리"라고 평가했고, 서명에 참가한 교수 3명은 같은 소송에서 표준특허 문제와 관련해 애플의 손을 들어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