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집값 정점…" 거품붕괴 불안감 증폭

'부동산 버블' 올 세계경제 최대 복병<br>넘치는 달러에 저금리 기조가 '신기루 호황' 불러<br>"전세계 국가 2/3가 거품상태" 비관적 전망 늘어


온 세계가 집값 걱정이다. 무엇보다 최근 수년 그저 오르기만 한 때문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부동산 버블론은 세계 경제 거품론 중에서도 한 복판에 있는 문제다. 글로벌 경제 주변에서 무르익어 가는 거품 붕괴의 여건들은 각국 부동산 시장이 올 한해 지구촌 경제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주택가격은 현실을 벗어나 구름 위를 걷고 있지만… 2005년에는 현실로 다시 돌아와 땅 위를 걷게 될 것” 시적 운율로 시작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올 부동산 시장 전망의 결론은 차갑다.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부동산 거품론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 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을 중심에 두고 글로벌 경제가 만들어 낸 초과 신용창출(credit creation)에 따른 구조적 결과다. 경기 순환적 측면도 있지만 세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환율 금리 등 비부동산적 경제 요인들과 맞물려 세계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진앙이 되고 있다. ▦분위기 조성되는 부동산 거품 붕괴…금리가 우선 변수=세계적 저금리 기조를 타고 치솟던 부동산 시장에 가격 급락의 조짐이 먼저 나타난 건 호주와 영국에서다. 미국의 주택 관련 거시 지표들도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지만 중국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가 집값 거품 상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진단이다. 미국을 보자. 지난 5년간 줄기차게 증가하던 주택 판매가 주춤하다 마침내 지난 연말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꺾였다. 온다 온다하던 주택값 하락이 임박했다는 시그널이다. 걱정이 시작됐다. 뛰는 부동산을 잡는 ‘천적’ 금리는 올 한해 가파른 인상 기조가 확실하다. 사태를 더 심상찮게 만드는 건 현재 미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1이 변동금리 대출이란 점. 금리가 떨어지며 최근 몇년 고정에서 변동 금리로 갈아 탄 소비자가 엄청나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할 경우 대규모 가계 부실을 초래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패니 매(Fannie Mae) 등 연방주택융자기관들은 연체금이 늘면서 30년 만에 최악의 경영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부동산 거품이 4년전 주식시장 거품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모건 스탠리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의 말은 버블 붕괴시 심각한 자산 디플레에 대한 경고의 의미다. 영국과 호주는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지난 99년 이후 최근까지 부동산가격이 2배 넘게 뛴 영국의 지난 9~11월 주택 판매는 32%나 줄었다. 골드만 삭스는 향후 18개월래 영국 집값이 10~1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전체대출 중 부동산 대출 잔고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금리인상에다 위앤화 절상의 경우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흉흉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성장의 소리는 요란하지만 이곳 저곳 부실의 함정이 있는 중국경제에서 부동산 버블은 국제 경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넘치는 달러 유동성에 저금리가 거품 키워=부동산 거품을 만든 1차적 원인은 세계적 초저금리다. 기록적으로 낮은 미국의 모기지금리는 연방주택융자기관들이 제공한 자금과 연계돼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거듭된 이자율 하락과 급격한 집값 상승은 미국 경제의 모든 다른 부분이 악화됨에도 소비자들의 손에 더 많은 돈이 쥐어지는 리파이낸싱 열기를 유발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을 만든 보다 본질적 원인은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의 거듭된 신용 창출로 인한 글로벌 경제 구조상 결함이 출발점이다. 달러본위제도하에 적자국 미국과 대미무역흑자국간 무역 불균형이 결과적으로 전세계를 달러 유동성으로 넘쳐 나게 하며 각국 경제에 거품을 만들어 냈다. 대미흑자국들은 국제준비자산으로 달러표시 주식, 회사채, 국채 등을 사들이며 주식시장 거품을 부채질했고 기업 자본의 비정상적 배분을 촉진시켰다. 그 같은 거품 중에서도 대표 주자는 부동산이다. 세계 최대 부채국이면서도 미국은 기축통화국의 지위로 신용을 초과 창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미국내 소비의 큰 버팀목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빚더미 위 ‘신기루’ 호황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잔치 후유증은 더 커질 전망이다. ▦향후 세계 경제 향방의 주요 결정 요인=올해 지구촌, 특히 미국 부동산에 대한 걱정이 배가(倍加)되는 건 미국의 부채(경상 및 재정 적자 포함) 증가와 달러 약세 추세 등과 시기적으로 맞물린 때문이다. 경기 순환적 측면의 부동산 정점론에 금리와 외환 등 대외적 요인이 합세하며 부동산 시장을 위기상황으로 끌고 있다. 바로 달러급락-금리 급등-부동산 폭락의 시나리오다. 적자를 줄이려는 부시 행정부의 시도가 미 국내 소비 침체로 연결될 경우 전세계적 부동산 폭락은 불가피하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대출을 받아 소비를 늘려온 가계들은 특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씀씀이를 급속히 줄이게 된다. 주식 투자자보다 주택을 보유?이들이 많기 때문에 증시에 비해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인한 소비 감소율이 2배라는 분석도 있다. 또 빚을 얻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가 전세계적으로 갈수록 늘고 있어 많은 수의 개인 파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실 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권 경영 악화는 바로 각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증시 침체 이후 수년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일본이 그랬듯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에도 ‘잃어버린 10년’을 불러 올 수 있다. 부동산 거품 제거에 따른 전세계적인 역자산 효과의 치명적 결과다. 그 고통의 시점이 올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달러 추이와 함께 올해 세계 경제 관측의 포인트가 부동산 시장일 수 있는 이유다.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은 언젠가 끝장이 날 것이다.” 허브 스타인 전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의 유명한 말이다. 올 한해 지구촌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새겨둬야 할 경구(警句)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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