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소액투자자들이 갈수록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월가 금융사들이 큰손고객확보에 나서면서 관심권에서 밀려난 소액투자자들은 더 많은 수수료를 내고도 투자상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덱스펀드 운용사인 뱅가드그룹에서 전담매니저의 투자상담서비스와 함께 수수료할인까지 받기 위해서는 투자자산이 100만달러는 넘어야 한다. 투자자산이 1만달러인 고객은 매니저와 전화상담만 할 수 있고 1,000달러 미만의 소액투자자는 외면당하기 일쑤다.
과거 수수료인하전략으로 인기를 모았던 찰스슈왑도 최근 1만~5만달러 계좌에 대해서는 분기당 30달러의 수수료를 물리는 등 온라인증권사 역시 더 이상 소액투자자를 중요한 수익원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을 살 때도 소액투자자가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펀드중 하나인 ‘프랭클린 US 국채펀드’는 10만달러 미만 투자자들에게 4.25%의 수수료를 받지만 10만달러 이상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3.5%로 깎아주고 있다. 피델리티의 경우 일반 고객이 주식을 살 때 29.95달러의 중개수수료를 받지만 자산이 100만달러가 넘는 ‘골드회원’의 중개수수료는 8달러밖에 받지 않고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비싼 수수료는 물론 투자상담이나 분석보고서 제공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줄어드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찰스슈왑에서 퍼스트콜 등의 투자보고서를 받아보기 위해서는 계좌에 10만달러 이상이 있어야 하고 뱅가드도 투자자산이 25만달러를 넘는 고객에게만 새로운 펀드에 대한 사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월가 금융기관들이 소액투자자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PB서비스의 비중을 늘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소액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월가에서 선호하는 거액 자산가들도 처음에는 소액투자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상당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잇따른 뮤추얼펀드 스캔들로 소액투자자들을 저버린 금융기관들이 이제 와서 소액투자자를 냉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