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정책금리 역전… 금통위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4년6개월만에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경제보다 더 탄탄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시장에서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한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하지만 당분간 이같은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미 FOMC가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데다 즉각적인 콜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국내학자들의 주장까지 늘어나면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받는 금리인상 하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금리 0.25%포인트 인상 미 FRB는 9일(현지시간) FOMC를 열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운용 목표 금리를 연3.25%에서 연 3.50%로 0.25% 인상했다. FOMC는 지난해 6월 이후 모두 10차례에 걸쳐 매번 0.25%포인트 씩 인상, 불과 1년여만에 정책금리를 1.00%에서 3.50%로 끌어올리는 과단성있는 조치를 취해왔다. 미국 경제의 완연한 상승 분위기는 금리 인상을 미리 예견해왔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좋으며 인플레이션은 잘 억제되고 있다"고 발언, 경기와 인플레이션 억제가 동시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4분기 성장률은 3.4%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부합했고 7월 취업자수도 20만7000명이나 늘어났다. 이는 최근 1년간 최대 증가량을 의미한다. 결국 경기 상승 분위기가 완연한 미국으로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응해 금리인상도 속도감있게 전개돼 온 것이다. ◇한국시장 단기는 이상 '無' 미국의 이번 금리 인상은 한.미간 정책금리의 역전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연 3.50%로 한국의 기준금리인 연 3.25%보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도 미국의금리 인상에 대해선 우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은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생각해볼 때 미국 경제가 호황국면을 지속한다는 것은 다양한 정적 효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거시경제팀장은 "만약 미국이 9일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췄다면 시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면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긍정적이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책 금리의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 현상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박사는 "수수료 및 위험회피 비용까지 고려할 때 금융자산에투자하는 대부분의 자금은 각국의 금리가 연 1~1.50% 차이는 나야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도 일본의 사례를 들어 해외로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출되기 시작한 시점은 금리격차가 1.5%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을 때라고 밝힌 바 있다. 또 9일 기준 한국의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4.43%로 미국의 4.21%에 비해 높다. 10년 만기 국고채도 한국 금리가 5.21%로 미국의 4.48%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다면 자금 유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채권금리 급등은 결국 금통위가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추경 편성에 따른 국채발행이 가져올 채권 가격 하락의 선반영이라는 지적이많다. ◇금통위의 결정은 현재로선 한국은행이 '경기가 확연한 회복 분위기로 접어들 때까지 금리를 동결한다'는 기본 원칙을 11일 금통위에서도 지킬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 회복 분위기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금리를 인상했다가 간신히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뿌릴 수도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시각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한경연 배 연구위원은 "미국은 올해 내에 4% 대 금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한국도 하반기에 한번 정도는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9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출연, "8월말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강도높은 금리조정이 어렵지만 나중에 큰 폭으로 조정하기보다는 이제부터 서서히 조정 시그널을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최운열 서강대 대외부총장도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민간위원 자격으로 참석, "지금까지의 저금리 정책은 투자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가계부채 증가 및 부동산 가격 상승만을 초래했다"면서 "금리를 인상해도 투자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부동산값 안정에 기여한다"고 콜금리 인상 필요성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연구원 박 팀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찬반론이 모두 시장에 나온 상황"이라며 "이제는 한은이 중대결단을 내릴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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