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성의 적/문희갑 대구광역시장(로터리)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가운데 「여성의회」라는 것이 있다.여기서 여성의원들은 남자란 탐욕스럽고 부정에 쉬 물들며 게으르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라고 선언한다. 이에 반해 여자는 알뜰하며 부지런한데다 지혜로우며 청렴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여성의원들은 의회에서 남자들을 몰아내고 「그들만의 의회」를 구성하는데 성공한다. 과연 여성의회는 여성 특유의 깔끔하고 진진한 분위기 속에서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해 나간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결국 여성의회는 한 사람의 남자를 서로 차지하고자 하는 여성의원들 간의 싸움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여성들의 적은 여성」이란 말이 있다. 실제로 모든 여자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성한 한 표를 여자후보에게 몰아준다면 국회의원의 절반은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헌국회 이래 도합 3천7백여 우리나라 국회의원 가운데 여성의원들은 1백명에도 훨씬 못 미친다. 공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공무원들이 여성 스스로의 견제로 말미암아 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여류라는 명칭 속에 안주하여 보호받기를 원하는 화가들이나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언필칭 말은 여성해방을 주창하면서도 많은 수의 여자들이 자신만은 얌전한 여성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것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선진도시를 방문하고 도시 정상외교를 펼치면서 가장 인상적인 일들은 여자들이 남자들과 조금도 차별없이 핵심적인 업무를 유능하고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특히 선진국이 아닌 후진국,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에서조차 여성들의 참여가 우리를 능가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느꼈다. 현재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여성을 내무국장에 임명하여 인사를 비롯한 안방살림을 책임지게 하고 있다. 과연 여성이 여성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만사가 그러하듯이 어차피 절반의 책임은 여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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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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