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폐쇄 벼랑 끝 미국과 뭐가 다른가

미국이 국채발행 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합의가 늦춰지면서 또다시 재정절벽 위기에 내몰렸다. 2년 전 정치권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미국은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에 밀어닥친 충격파도 컸다.


미국의 예산안 처리시한은 9월30일이다. 10월1일부터 시작되는 2014회계연도 이전까지 국가부채 조정에 실패할 경우 연방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다. 더구나 연방정부 금고에는 300억달러밖에 남지 않아 10월 중순께는 국채이자조차 갚지 못할 처지다. 한마디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일발의 상황이다. 물론 2년 전 정부 폐쇄 직전에 가까스로 정치권의 합의를 도출한 전례처럼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재정절벽 위기는 세계 최강 미국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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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겪는 속병은 우리나라라고 다를 바 없다. 지난해까지 내리 5년간 이어진 적자재정 행진은 최소한 2017년까지 되풀이된다. 10년 누적 재정적자가 200조원쯤 된다. 재정결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나랏빚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연말 재정절벽의 경고등이 커졌다. 각 부처마다 예산지출을 억제하느라 혈안이다. 경기진작을 위해 추경을 편성한 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불용예산을 늘리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어찌 미국 처지와 다르다 할 수 있겠나.

정부는 국가부채 비율 같은 통계를 내세워 위기와 거리가 멀다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가부채를 갚느라 지불하는 이자비용만도 연간 20조원에 이른다. 가뜩이나 나라 곳간이 빈 마당에 한해 예산의 7%를 빚 갚는 데 사용하는 것이 우리 실상이다. 재정 건전성은 한번 훼손되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경직성 복지지출이 그 이유라면 더욱 그렇다. 그리스 같은 남유럽 국가들이 딱 그 짝이다. 작금의 미 재정위기는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머지 않은 미래에 맞닥뜨릴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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