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삼성電 팔자" 심상찮다
'팔자' 공세속 주가 단기간에 52만원대 급락 전문가 "주세적 매도보다 비중조절 나선듯"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화되는 것인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매도 공세가 심상찮다. 마치 투매라도 하듯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매도가 본격화된 시점이 모건스탠리증권 및 골드만삭스증권 임원급 애널리스트들의 민주노동당 방문이후라는 점에서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뀐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서울증시'또는 '삼성전자=한국경제'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무차별적인 삼성전자 매도로 주가는 단기간에 52만원대까지 급락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가 추가 조정을 받을 것"이란 의견과 "단기 바닥을 확인 한 뒤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조정을 점치는 쪽은 불안한 수급과 상승 모멘텀 부재를,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견고한 기업 펀더멘털을 꼽고 있다.
◇ 외국인, 삼성전자 왜 매도하나 = 표면적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삼성전자를 매도하는 이유는 최근 주가가 상당히 올라 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현금화시켜 놓고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심리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1ㆍ4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마무리된 이후 추가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주가(최고 63만원 대)와 단기간에 급증한 외국인 지분율(60.1%)도 부담이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를 사들였던 외국계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론'도 거론됐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팔고 떠나는 헷지펀드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들로 펀드 내 물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주식 담당 브로커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오르자 펀드 내 비중 역시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펀드에서 한 종목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할 수 없는 내부 규정(컴플라이언스)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아 달라는 주문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 "삼성전자 매도배경 따로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매도하는 배경은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이들은 17대 총선이후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펼치려고 하는 정책결정이나 정책기조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 같은 시각을 갖고있는 전문가들은 "실제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삼성전자를 포함해 서울증시에서 주식을 대규모로 순 매도하기 시작한 시점이 유력 외국계 증권사 임원들의 민노당 방문 이후부터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허용범위를 15%로 제한하겠다고 밝힌 점이나, 애버랜드에 대해 지주회사로 취급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 등등은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 기업들이 앞으로는 한국사회의 매우 갑갑한 상황 속에서 경영활동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 57% 유지에 관심 =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직전 고점에서 20% 가까이 급락한 만큼 기술적 반등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증시랠리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외국인 지분율 57% 선에서 지지선을 확보 한 뒤 재 반등하곤 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외국인 지분율 57%를 제시하고 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지난 달 13일 60.1%를 기점으로 이날 현재 57.49%까지 떨어 졌다.
강현철 LG투자증권 투자분석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매의 방향성은 지분율 57%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최근 지수가 급락했던 지난 해 9월말과 지난 1월초에도 외국인 지분율 57% 선에서 매도가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율 57% 선에서는 반등세로 돌아서는 것이 경험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는 설명이다.
현 수준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57.0~57.3%선에 도달하려면 외국인 보유물량이 50~80만주가 더 나와야 한다.
반면 모 외국계 증권사 영업담당 임원은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며 "시장 분위기가 다소 위축되자 삼성전자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한 변화가 없을 경우 추세적인 매도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라기 보다?단기 차익을 노리거나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로 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입력시간 : 2004-05-06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