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맹수는 배가 고파야

제4보(51~72)


흑51. 정말 아마추어 초심자 같은 행마였다. ‘하수의 마늘모’라고 해서 금기로 되어 있는 바로 그 형태.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다. 상식적인 행마라면 참고도의 흑1로 뻗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둘 수가 없다. 백2로 따라올 때 흑3으로 넘는 수를 게을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4, 6으로 몰아치면 흑 3점은 활로가 없다. 흑61까지는 절대 수순. 백이 능동적으로 펼친 전투였지만 여기까지 전개된 양상은 백의 고전이다. 좌상귀의 실리를 빼앗긴 터이므로 백의 공중전의 주도권이라도 휘어잡아야 하겠는데 도리어 백이 양 곤마의 신세인 것이다. 뤄시허는 62로 상변쪽 대마부터 해결하고 보았다. 그렇다면 흑으로서는 좌변쪽 백에게 총부리를 들이댈 차례인데…. 흑63을 보고 검토실의 서능욱9단이 끌끌 혀를 찼다. “그저 맹수는 배가 고파야 한다니까요.” 형세가 나빠야 괴력이 솟아나는 것이 조훈현의 체질인데 형세가 좋으니까 63 같은 완착이 등장했다는 설명이었다. 63으로는 그 오른쪽 자리, 바로 66의 자리에 가야 했다는 것. 실전은 66으로 누르는 자세가 좋아 백 대마가 쉽게 수습되고 말았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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