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어둠속 빛으로 만든 공간의 의미는…

리경 개인전 코리아나미술관서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 설치된 현대미술가 리경의 작품 '더 많은 빛(More Light)'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감히 들어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두운 전시장을 꽉 채운 수십, 수백 개의 녹색 광선들이 벽과 벽을 가로지르고, 유리에 반사돼 이리저리 꺾이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있다. 위험한 빛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빛'은 마치 '쇠창살'같이 관람객의 접근을 망설이게 한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가운데 서서 빛을 직접 경험하셔야 하는 작품입니다"라는 안내를 듣기 전까지는 전시장 밖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설치 작품 '더 많은 빛(More Light)'이다.

현대미술가 리경의 개인전이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과동명(同名)의 설치작품 이름은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임종 직전에 남긴 최후의 말 "좀 더 많은 빛을(Mehr Licht)!"에서 빌려왔다. 올바른(?) 감상법대로 빛의 한 가운데에 들어가면 오히려 아늑함이 느껴진다. 사실 빛은 단 8개뿐이다. 벽에 설치한 4개의 거울과 16개의 유리에 의해 반사가 일어났고,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더욱 복잡하게 꺾이게 되는 것이다. 어둠 속에 빛으로 구축한 공간을 통해 작가는 "구조화 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의 현대인"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무한한 공간감과 신비로운 체험에도 불구하고 감지되는 불안감, 활동의 제약 등을 말이다.


또 다른 방에서는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는 붉은 빛이다. 8m 높이의 공간을 가르는 가느다란 선은 벽과 천장에 부딪혀 방과 계단 등을 만들어 낸다. 15분마다 한번씩 뿜어 나온 연기가 빛에 닿는 순간 그곳에는 보이지 않았던 가늘고 긴 통로가 생겨난다. 빛의 선(線)과 선 사이를 연기가 꽉 채웠기 때문이다. 작가 리경은 "평소에는 혹은 연기가 없으면 보이지 않던 공간, 없을 것 같은 공간이 생겨나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시스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막이 존재한다는 것을 은유한다"며 "빛과 벽이 만들어낸 계단은 사회 계층을 뛰어넘고자 하는 일종의 '욕망의 계단' 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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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이후 리경의 설치작업에서 '빛'은 항상 중요한 의미로 사용됐다. 그에게빛은 보이는 대로 믿어버리는 인간 시선의 불완전성을 드러내는 것이자 어두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장치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의 빛은 자기성찰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경험하는 빛이자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는 빛으로 변화했다. "사회제도를 만드는 힘은 상상의 힘"이라는 철학자 카스토리아디스의 말처럼 빛은 없는 줄 알았던 사회적 경계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관람객 입장에서 구체적인 그림에 비해 이 같은 추상적 설치작품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술을 몸으로 경험한다는 점,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 전시는 7월21일까지 이어진다. (02)547-9177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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