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통신사 新성장동력 해외서 찾는다]<하>세계와 눈높이 맞춰라

현지화에 프리미엄 서비스 접목시켜야


“니 하오!” “신 짜오(Xin chao)” 오전7시30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는 베트남어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남들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출근한 사원들의 열기가 가득하다. 퇴근 후에도 어학공부를 하기 위해 ‘나머지 공부’를 자청하는 직원들도 적지않다. 이러한 현장교육 외에도 사내방송이나 다양한 어학교육 프로그램 지원으로 SK텔레콤은 고3 수험생 못지않은 학구열로 가득차 있다. SK텔레콤은 현지언어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들을 키우기 위해 직원들의 어학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의 배경은 과거의 쓰린 경험. 지난 2003년 베트남에 합작 이동통신사 S폰을 설립했지만 3년 가까운 시간을 사실상 허송세월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 협력 파트너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신규투자로 통신망을 개선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려 할 때마다 파트너와 의사소통하기 어려워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다. 언어를 아는 사람과 통신을 아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이 같은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찾아 국내 이통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해외 사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해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거점으로=영국 시장은 유럽 이동통신의 선도국이라고 할 만큼 휴대폰 보급이 빠른 나라다. 보다폰은 영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고 보고 9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지금은 세계 27개 국에 1억8,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명실공히 세계 1위의 사업자로 군림하고 있다. 보다폰의 해외 진출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을 비롯해 과거 영국의 식민지 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EU 회원국은 유로화를 사용하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단일경제권이며 미국과 영국의 식민지 국가들은 모두 영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보다폰이 최근 인수한 기업도 과거 영국의 최대 식민지였던 인도의 ‘허치슨 에사’이다. 이러한 보다폰의 팽창정책도 일본에서는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은 다른 나라처럼 영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영국 식민지도 아니었다. 이질적인 문화나 언어ㆍ화폐가 일본 진출에 최대 난관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일본 시장은 모바일 e메일을 비롯해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비교적 일찍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보다폰은 무선인터넷보다 저렴한 요금제나 로밍 등을 앞세웠다. 보다폰의 거점인 유럽이라는 배경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유럽식 사업 모델을 추진했던 것이 보다폰의 일본 진출을 가로막았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의 SK텔레콤과 S폰 서비스로 시장공략에 나선 베트남 현지기업, SK텔레콤의 전략 파트너인 중국 차이나유니콤은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각개약진식으로 사업을 해왔다. 따라서 한국-베트남-중국을 잇는 통신 트라이앵글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에 이어 베트남도 우리나라의 주요 생산기지로 떠오른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와 문자 메시지, 국제전화, 로밍 등에서의 요금경쟁력은 SK텔레콤의 해외 진출은 물론 S폰의 경쟁력 향상과도 직결되는 요인이다. ◇지역 전문가를 키워라= 통신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고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결국 그 나라 국민들에게 선택돼야 하는 내수산업이다. 현지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는 물론 현지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비자들의 습관을 체득하는 일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위해 현지 전문가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결국 한국과 현지 사정에 모두 정통한 지역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가 대두된다. 본사 직원을 현지에 배치해 현지 사정을 익히게 하는 것은 물론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 본사와 한국의 통신시장을 배우게 하고 다시 현지거점으로 보내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현지화를 넘어라=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는 한국 시장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퇴출됐다. 또 다른 거대시장인 미국에서도 모토롤러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에도 고전하고 있다. 현지업체를 뛰어넘지 못하면 세계 1위라는 간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통신 서비스는 더 어렵다. 남들보다 뒤늦게 망을 투자해야 하고 이미 선발 사업자들이 확실하게 자리잡은 상태에서 후발주자를 선택하라고 소비자를 설득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남들이 하고 있는 것 이상의 무엇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지화가 성공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현지화 이상의 프리미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배워가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도입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검증된 다양한 사업 모델을 적절히 현지화해 차별성을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미국 힐리오의 경우 미국판 싸이월드로 인기가 높은 ‘마이스페이스닷컴’을 휴대폰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통화연결음이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가장 높은 통화요금을 받는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많은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서비스를 배워가고 있는 만큼 이를 내세운 현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해외 선발 사업자와도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현지화와 우리 프리미엄 서비스를 조화시켜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봉 SK텔레콤 베트남지역 본부장 "베트남 이통가입자 내년까지 2배 확대" "오는 2008년에는 지금의 2배인 400만명의 가입자를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성봉(사진) SK텔레콤 베트남지역 본부장은 베트남 'S폰' 브랜드가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잡게 됐다면서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베트남에서 지난 2003년 7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S폰 사업을 시작했다. 유럽형 이동통신방식인 GSM 사업자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최초로 CDMA 서비스를 하다 보니 초기에는 가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7개월 만인 4월에는 200만명을 확보하면서 베트남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 본부장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지만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현지화된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면서 "베트남 이동통신시장은 지난해에만도 가입자가 1,000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성장속도가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고 설명했다. S폰은 ▦전국 단일요금제 ▦10초 단위 요금부과(이전에는 분 단위) ▦컬러링 등의 첨단 부가서비스 등 한국식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해 3월 출시한 '폴에버요금제(착발신 제한기간을 없앤 선불요금제)'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 소득층별 합리적인 데이터요금제를 출시하고 핵심 콘텐츠를 개발해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든 통신산업의 경우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외국 업체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베트남이지만 S폰은 한시적인 경영협력계약(BCC) 상태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기간통신 분야의 외국인 투자에 대해 사업기간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1월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BCC를 공식화된 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지원과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현재 6개 이통업체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일정 규모의 가입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GSM 방식의 상위 3개 사업자를 따라잡기 위해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통화권역 확장, 경쟁력 있는 단말기 보급 등을 통해 더욱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베트남 얼굴기형어린이 무료수술' 같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보다 친숙한 기업으로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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