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합당 이야기만 나오면 정색을 하고 과민반응을 보이던 자민련이 28일 의원총회를 열어 합당문제를 공식 논의하기 때문이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권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민련의 의총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표면적으로 자민련은 국민회의가 추진중인 합당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속 의원들 개인별로 이해관계가 각기 달라 무작정 합당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를 비롯한 충청권 강경파 의원들은 합당할 경우 김종필(金鍾泌) 총리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반면 일부 의원들은 자민련의 한계를 앞세워 합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내 의견이 갈려있는 것을 의식한 듯 박태준(朴泰俊) 총재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합당보다는 정치개혁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할 시점』이라며 선(先)정치개혁을 거론했지만 합당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특히 朴총재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지난 21일 청와대 주례회동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자민련내 합당 반대파의 저항을 최소화한 뒤 양측의 공감대를 통한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호남표 공략이 16대 총선의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은 공동여당후보보다는 합당을 함으로써 단일여당 깃발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훨씬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의총에 앞서 27일 오후 金대통령이 자민련 소속 의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 만찬에 초청한 것도 합당을 전제로 자민련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다독거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자민련 내부에서는 합당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주류를 이루는 충청·영남권이 합당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자민련 의총은 난상토론후 추후 논의, 또는 일단 합당 반대 당론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기자MINS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