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5월 26일] <1706> 인디언 이주법


11만1,000㎢. 북미 원주민인 체로키족이 미국 남부에서 보유했던 땅의 면적이다. 남한 면적(10만32㎢)보다 큰 대지 위에서 평화롭게 살던 체로키족에게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미시시피강 서쪽으로의 강제 추방령이 담긴 인디언 이주법(Indian Removal Act)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1830년 5월26일 이 법에 서명한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한 채 인디언을 내몰았다. '가장 문명화한 부족'으로 꼽혔던 체로키족은 학교와 교회, 공장, 고유문자로 발행되는 신문사를 빼앗긴 채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추방이 절정에 달했던 1838년 겨울에는 1만6,000여명이 서부 오클라호마까지 2,000㎞을 이동하는 동안 4,000여명이 배고픔과 동상ㆍ총상으로 목숨을 잃었다. 체로키족뿐 아니라 남부의 4개 부족도 땅을 잃고 서부로 몰려나는 '눈물의 길(Trail of Tears)'을 걸었다. 강제추방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서부 개발이 시작되며 백인들은 야생들소를 멸종시키며 인디언의 식량공급원을 차단해 추방했던 땅까지 빼앗았다. 인디언의 한이 서린 이 법이 탄생한 배경은 두 가지. 땅과 금(金)에 대한 욕심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급증한 면화 수요에 호황을 구가하던 조지아를 비롯한 남부는 농장 확대를 위해 인디언 영토를 탐냈다. 연방정부가 인디언 땅을 획득할 법을 만들지 않으면 연방을 탈퇴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결정적으로 1828년 말 조지아주의 인디언 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돼 1829년부터 최초의 금 열풍인 '조지아 골드러시'가 일자 잭슨은 기다렸다는 듯이 법을 만들었다. 백인들은 인디언 추방과 서부 점령을 '신의 뜻'이라고 둘러댔지만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황금을 향한 무한한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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