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경기/쇄신] [MB정부 서민행보 점검] '서민대책' 봇물에 재원마련 "어쩌나"

희망근로등 곳곳서 허점도… 재정건전성 악화로 정책연결 쉽잖아<br>'기업 프렌들리' 묻히고 부동산 규제·증세 조짐…<br>"MB노믹스 근간 흔들려" 정체성 논란까지 확산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행보 한달이 지나면서 정부에서는 서민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취약한 재원마련 방안’‘MB노믹스의 정체성 혼란’ 등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25일 서울 이문동 골목상가의 떡볶이집에 들러‘친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용석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행보’에 경제부처들이 부쩍 바빠졌다. 이 대통령이 친서민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보름 만에 기획재정부가 서민대책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타 부처들도 잇따라 ‘소나기식’ 정책 발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친서민 행보를 내세운 지 한달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당장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마당에 추가로 서민을 위한 정부재정 편성이 쉽지 않다. 부동산정책에 다시 규제가 가해지고 증세 기조가 엿보이는 등 ‘MB노믹스(규제완화와 감세에 초점)’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정체성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잇따라 쏟아지는 ‘소나기식’ 정책=가장 발 빠르게 나선 건 기획재정부다. 재정부는 매년 6월 말 발표하는 ‘하반기 달라지는 정책’에 앞서 이례적으로 서민대책을 따로 떼어내 공개했다. ▲ 마이크로크레디트 전국 네트워크 강화 ▲ 3자녀 이상 공공 분양주택 특별공급물량 확대 ▲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인하 등 일련의 정책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자만을 위한 정부’라는 이미지를 벗어보려는 노력이었다. 이후 ▲ 금융위원회의 채권추심 관련 법률안 개정 ▲ 보건복지가족부의 시ㆍ청각 장애인 부모 자녀 언어발달 지원사업 등 서민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정책들은 곧바로 ‘서민 마케팅’으로 포장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소나기식 정책들이 대부분 새로운 내용이 없는 재탕인데다 워낙 촉박하게 대책을 내놓은 터라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는 점이다. 추경사업 중 서민을 위해 준비했다는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실무부처의 준비 부족으로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난 게 대표적인 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서민정책은 대의명분보다는 실효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민간이 아닌 이상 행정상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곳간은 비어가고 정책은 넘쳐나고=‘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은 서민정책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당장 내년도 국가채무가 400조원으로 늘어나 그에 따른 이자만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정부는 이미 2차 추경을 편성하고도 상황이 열악해 그나마 마련한 서민지원 정책들을 잇따라 폐기하고 있다. 경기도의 무료급식 예산 삭감, 대구시의 유아교육진흥원 예산 삭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서민을 위한 예산 편성이 늘어나려면 필연적으로 세수를 늘려야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소득ㆍ법인세 및 상속ㆍ증여세를 인하하는 등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편 부메랑이 1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술ㆍ담배 과세 강화, 전세 임대소득세 과세, 비과세ㆍ세금감면 대대적 축소안 등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술ㆍ담배 증세가 ‘반서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소득ㆍ법인세 인하 유보도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제는 ‘숨은 세원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나랏빚 규모 자체보다 과연 정부가 쓰는 돈이 서민들에게 제대로 가는지조차 의문”이라며 “정부가 재정확대의 실효성을 대대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급선회=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강조해온 기조는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대표되는 친기업 정책들이다. 수도권 규제 등 각종 규제 전봇대를 뽑아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투자와 고용이 자연스럽게 서민경제 활성화로 연결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기업 프렌들리’라는 이명박 정부의 근간은 불과 1년여 만에 ‘서민대책’에 묻혀버렸다. 청와대와 기업 간 ‘핫라인’을 연결하겠다던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는 이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정부가 기업 투자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다 했는데 기업들은 뭐 하느냐”고 토로하는 서운함으로 변했다. 정부는 친기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소득ㆍ법인세 인하도 예정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친기업 정서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에 투자를 강요하는 모습이나 고소득층 감세를 유지하면서 서민대책을 펴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서민을 위한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실질적인 정책으로 연결되기란 쉽지 않다”며 “정부 내에서조차 충돌하는 기조의 중심을 잡는 게 섣부른 정책을 쏟아내는 것보다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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