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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기술 보급률 저조ㆍ전략적 이점ㆍ경쟁국에 비해 상대적 유리 등 이점 살려
일본은 터키와 손잡고 이라크 진출 본격적으로 나설 듯
전후 복구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이라크에서 정보통신 산업이 새로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독재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전쟁 등으로 인해 이라크의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크게 뒤처져 있다며 앞으로 이라크의 정보통신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이처럼 이라크의 정보통신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지역의 정보통신 기술 보급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 가정의 인터넷 보급률은 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모하메드 타우피크 알라위 이라크 통신장관은 향후 2년 안에 인터넷 보급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텔레지오그라피도 최근 중동 지역의 대역폭이 최근 5년간 매해 100%씩 늘어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라크의 지정학적 이점도 정보통신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요인이다. 고대 실크로드가 동서양을 잇는 통상로로 각광받았듯이 정보통신 사업자들이 이라크를 활용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통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걸프브릿지인터내셔널(GBI)의 아흐메드 메키 최고경영자(CE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정보통신 산업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앞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지정학적 이점을 살리기 위해 다국적 정보통신 업체들도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GBI의 경우 5억달러를 들여 이라크와 바레인ㆍ이란ㆍ쿠웨이트ㆍ오만ㆍ카타르ㆍ사우디아라비아를 연결하는 초고속망을 설치하고 있으며, 인도의 타타통신사도 걸프 지역 국가들을 연결하는 케이블망 사업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와 함께 중동 지역의 정치적 혼란도 이라크에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과거 이 지역에서 대부분의 정보통신데이터는 이집트와 홍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사고 이후 통신사업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라크가 이란, 시리아 등을 제치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란이 올해 안에 개통할 예정인 걸프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통신케이블은 현재 이란 핵개발에 따른 경제제재로 인해 사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통신망을 개발하고 있는 시리아도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란 마울딘 텔레지오그래피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럽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자 한다면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중 어느 곳이 가장 안정적이겠냐"며 "현재 이 들 중에서 가장 나은 선택은 이라크다"라고 말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중동 지역의 인프라 시장을 선점한 한국과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터키와 공동으로 중동 지역의 인프라 수주에 나서기로 하고, 그 첫 번째 타깃으로 이라크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중동 지역의 인프라 건설 수주를 위한 각료급 회의를 개최하고, 7월에 양국 기업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양국은 특히 이라크 지역의 전력시설과 도시철도 건설 수주를 따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일본의 중동지역 인프라 수주액은 지난 2002년 3위였으나, 2010년에는 중국(2위)과 한국(3위)에 뒤진 6위로 추락한 상태다.